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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빗자루 수사님)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3 조회수1,649 추천수4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빗자루 수사님"

 수도공동체를 방문할 때 마다

참으로 큰 감동을 선사하는

 형제들이 계십니다.

공동체 안에서 형제들이

다들 꺼려하는 일,

해봐야 별로 표시도 안 나는 일,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묵묵히,

 더 나아가서 기쁘게 행하시는

참 겸손의 수도자들이십니다.

 행사가 끝날 때 마다 배출되는

엄청난 쓰레기들을

환한 얼굴로 분류하십니다.

사용하고 간 침구들

뒷정리에 하루해가 짧습니다.

틈만 나면 손에 드는 것이

청소도구입니다.

그런 형제들을 뵐 때 마다

 별 영양가도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자주 다짐합니다.

 ‘빨리 임기만 끝나라.

나도 저렇게 소리 없이,

기쁘게 살아야지!’

 교회 역사 안에

겸손과 온유의 대명사로

 유명한 수도자 한분이 계십니다.

 도미니코회 소속 페루 출신

마르티노 데 포레스 수사

(1579~1639)입니다.

이분의 별명은

 ‘빗자루 수사’였습니다.

스페인 백작과 노예출신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서자(庶子)로 태어난 그는

참으로 우울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피부색이

어머니를 타고났다는 이유로

아들로 인정하지도 않았고

가문에서 축출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티노 수사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혹독한 가난과 멸시와

따돌림 속에 살았지만

늘 환한 얼굴로 하느님의

자비를 이웃들에게 전했습니다.

일찌감치 이용기술을

손에 익힌 그는 원래

평신도로써 도미니코회

재속 3회 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본격적으로

도미니코회에 입회한 후

정식 회원으로

서원을 하게 됩니다.

 입회 후 수도자로서 그의

행적이 정말이지 눈부십니다.

수도회 안에서 한없이 지극한

겸손을 평생토록

 변함없이 유지합니다.

그가 한평생 수도자로서

한 일은 주로 이발사,

외과의사, 간호사,

의류재봉사, 정원관리사,

청소부 등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일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기쁘게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수도자로서 가장 인정받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

동료 수도자들입니다.

그런데 마르티노 수사는

동료 수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형제들은 앞 다투어

그를 영적지도자로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마르티노 수사는

 언제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불쌍한 노예일 뿐입니다.”

당시 도미니코회가

재정난에 허덕이자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았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요즘 수도원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노예이자 수도원의

재산에 불과하니 저를 팔아서

수도원 빚을 갚아주십시오.”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가득했던

 마르티노 수사였기에

불행한 이웃들을 만나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가난한

이웃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동료 수도자들로부터

핍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틈만 나면

냄새나는 행려자들을

수도원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먹이고 재워주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웃들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마르티노 수사의 따뜻한 마음,

수도자로서의 지극한 겸손,

어린이보다 더 순수한 마음을

 눈여겨보신 하느님께서는

 마르티노 수사님에게

기적과 치유의 은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는 깊은 묵상 중에

자주 탈혼 상태에 빠졌습니다.

얼마나 깊이

하느님과 일치했던지

 그가 기도 중이던 경당은

찬란한 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는 자주 묵상 중에

공중 부양되기도 했습니다.

가방끈이 짧은 그였지만

놀라운 지식과 지혜,

식별력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불치병 환자를 낫게 했으며

난폭한 동물들까지

그에게 순종했습니다.

 1962년 5월 6일

마르티노 수사가 남긴 행적은

눈여겨보셨던 요한 23세

교황님께서는 그를 성인품에

 올리면서 이런 강론을 하셨습니다.

 “마르티노 수사님은 자신이

지닌 모든 에너지를 총동원해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환우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넘치도록

자선을 베풀었습니다.

당시 가장 고통 받던 사람들,

노예들, 환우들, 농장 노동자들,

흑인들, 혼혈아들을 목숨까지

바쳐가며 헌신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저에게 내주셨습니다.

저도 그분을 위해

저 자신을 바치겠습니다.

주님! 저를 힘겨운 사람들,

 세파에 지친 사람들,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도구로 써주십시오.”

 자비의 해를 마무리하면서

자비의 화신이었던 마르티노

수사님의 유언이

계속 제 귓전을 맴돕니다.

“수도자로서 순명도

중요하지만 자비의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비심이 수도자로서

정결의 덕보다 훨씬 능가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누구든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천국에서 영원히 하느님과

함께 살아갈 기회가

아직 보장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뻐해야 할 일입니까?

그런데 그 좋은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으니 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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