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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2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6 조회수1,564 추천수10 반대(0)

‘Inside the Human Body'라는 다큐를 보았습니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잉태되는 것은 놀라운 신비였습니다. 잉태된 아이는 어머니의 품속에서 자라납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주고, 아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어머니의 품속이 아이에게는 우주이며, 세상이고, 삶의 터전입니다. 가능하다면 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평생을 살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또 다른 세상으로 나와야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는 엄마와 연결된 탯줄을 끊어야 합니다. 이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숨을 쉬는 아이는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됩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견디어내야 합니다. 아이가 맞이하는 것은 차가운 공기와 강한 빛입니다. 아이에게는 죽음과 같은 순간을 우리는 탄생이라는 이름으로 축하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다시 엄마의 품속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엄마의 품속에서는 필요 없었던 것들입니다. 말을 배우고, 걷는 것을 배우고, 역사와 철학, 종교와 문학을 배워야 합니다. 엄마의 품속에서는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들을 하게 됩니다. 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일도 하고, 누군가를 돕고, 여행도 할 것입니다. 아이는 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엄마의 품속과는 모든 것이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입니다.

 

생각을 바꿔봅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어머니 품에서 100년을 지내는 것입니다. 지구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이성, 감성, 오성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법과 질서를 배우고, 가족, 이웃, 국가라는 틀에서 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 밖에 또 다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엄마 품속에서 아이가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과 같습니다. 지구는 우리에게 머물 수 있는 땅, 마실 수 있는 물, 먹을 수 있는 음식, 신선한 공기, 아름다운 강과 산을 마련해 줍니다. 이제 우리는 때가되면 어디론가 가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아이가 세상으로 나오는 것을 탄생이라고 불렀듯이, 우리가 가는 그곳에서는 부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환영해주고, 축하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이 부활의 신앙이고,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입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억울한 일, 잘못된 일이 많이 있지만 가장 억울하고 잘못된 일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일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벨은 아무 잘못도 없이 형의 질투로 인해서 들판에서 돌에 맞아 죽었고, 다윗의 부하인 우리야는 왕의 욕망 때문에 전쟁터에서 죽음을 당했으며, 경건한 이스라엘의 신앙인들이 단지 그들의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 속에서 생명을 잃어버렸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바로 이런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둠의 세력은 결코 빛을 이긴 적이 없다는 이야길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너희가 우리의 목숨을 빼앗는다 하더라도 끝 날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다시 살려주실 것이다.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너희를 심판하실 것이다.” 다름 아닌 부활의 신앙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른 민족으로부터 억압을 받을 때, 참으로 억울한 일을 당할 때 그래서 목숨을 잃게 될 때 절망하거나, 권력의 편에 서서 생명을 유지하거나 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다시 살려주시리라는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의롭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그들의 억울함을 보시고 위로를 주시며, 불의한 자를 심판하시리라는 신앙을 가졌고 그것이 바로 부활 신앙입니다. 그리고 예수그리스도께서는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에게 부활은 단지 희망이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품으로 가면 천사처럼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천사를 보지는 못했지만 세상 속에서 천사와 같은 모습을 보곤 합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달걀은 부화를 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됩니다. 눈이 있고, 다리가 있고, 날개가 있습니다. 땅위를 기어 다니는 애벌레가 죽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됩니다. 애벌레와 나비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우리가 천사처럼 된다는 것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두운 달걀 속에서 껍질을 깨고 밝은 세상을 바라보는 병아리처럼, 우리는 가식과 허위와 위선과 교만의 껍질을 깨고 사랑과 평화와 행복과 기쁨의 날개를 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나를 믿는 자는 죽더라도 살아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어 천사처럼 된다면 그래서 사랑과 평화를 찾는다면, 행복과 기쁨을 얻는다면 우리는 이미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산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겨울이 되어 들과 산은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대지는 생명을 품고 있어서 봄이 되면 다시금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봅니다. 이처럼 우리 눈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고, 죽은 듯이 보이지만, 그래서 어둠이 계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다 알고 계시고, 우리를 기억해 주시고, 우리를 삶과 죽음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주십니다. 그러기에 하느님 앞에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산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이제 땅이 얼고 겨울의 황량함이 가득하겠지만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듯이, 주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믿으며 비록 우리의 삶에 고난과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실패와 좌절이 있더라도 하루 하루의 삶에 충실했으면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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