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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은 투철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한다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8 조회수1,300 추천수1 반대(0) 신고

 

 

 

 

 

믿음은 투철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한다

 

- 윤경재 요셉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루카 17,10)

 

 

 

현대인이 입에 담기 싫어하는 단어가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종, 노예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그 이미지가 종속, 부자유 등 부정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무제한적 자유가 최상의 가치로 자리매김하는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하였습니다. 진정한 자유의 참 뜻이 어디에 있는지 반성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일방적인 자유만을 추구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타인의 자유와 충돌하고 훼손되는 지점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고대 그리스 노예철학자로 유명한 에픽테토스의 삶과 그가 추구했던 스토아 철학을 살펴보면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유의 범주가 어디까지 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는 종이라는 이름을 불명예로 여기기보다 인간으로서 신의 친구라고 불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진정한 부자유는 신체적 경제적 억압에 달린 것이 아니라 신의 선물인 인간의 선한 의지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저서인 엥케리디온에서 인간의 자유에 대한 명석한 분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일과 있는 일을 자명하게 구분하라. 육체, 재산, 평판, 권력 등 남에게 달린 일들은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러나 당신의 내면적 의지는 늘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사물의 겉모습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을 다스려라.’ ‘어떤 일이 내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처를 주는 것뿐이다. 누가 자신을 비난하더라도 그 일은 그 사람의 몫일뿐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  ‘아무도 당신을 해칠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을 해롭게 할뿐이다.’ ‘가장 본질적인 것에서 눈을 떼지 마라.’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그에게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 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인이 그의 다리를 비트는 고문을 가했습니다. 그 정도가 심해지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그러다가는 제 다리가 부러질 것입니다." 그래도 고문이 계속되고 그만 다리가 부러지자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것 보십시오. 주인님. 제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그후 주인은 그를 자유인으로 풀어주었고 철학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예였지만 가장 자유롭게 산 사람, 에픽테토스 그는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정신적 스승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놀랍게도 저희더러 해야 할 일을 할 줄 아는 종이 되라고 요구합니다. 종속과 부자유의 상징인 종이 아니라 에픽테토스처럼 철저한 자기 인식으로 들어가 진정한 참 자유의 맛을 누리라는 권유입니다.

 

 

미국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을 떠올려 봅니다.

주여,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침착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그 두 가지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소서.”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을 동양에서는 라고 불렀습니다. 머리 와 쉬엄쉬엄 갈 ?()의 합성입니다. 인간의 머리가 향하는 하늘, 그 하늘의 뜻대로 걸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땅과 자신의 뜻을 내세우면 오히려 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길이 제대로 걸어가는 것이라는 걸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순종이야말로 하느님 사랑의 극치일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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