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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12 토/ 사랑을 얻어내는 거룩한 고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11 조회수1,384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 루카 18,1-8(16.11.12)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부르짖으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다."(루카 18,7.8)





The parable of the persistent widow







사랑을 얻어내는 거룩한 고집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재판관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신론자였던 듯합니다. 그가 원로들이 아닌 법정으로 가서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유대인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당시 재판관들은 뇌물이나 권력을 이용하지 않는 한 억울한 이들의 사정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악명 높은 사람들이었지요.

구약의 율법에 따르면 재판관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변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과부가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18,2), ‘불의한’(18,6) 재판관에게 올바른 판결을 해달라고 귀찮게 조릅니다.

이 과부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뇌물로 쓸만한 돈도 기댈만한 사람도 없었던 사회적 약자였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억울함을 풀고 의로움을 얻고자 끈질기게 불의한 재판관에게 청한 것이지요. 하느님은 의로우시기에 의로움은 포장하거나 방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자체가 바로 가장 큰 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자신이 지닌 힘과 재물에 기대어 대단한 존재인 양 착각을 하지만 하느님 앞에 먼지에 지나지 않지요! 우리 모두 자신을 재판관처럼 하느님도 사람도 무시하며 추하게 살아갈 것이 아니라, 보잘것없어 늘 하느님께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과부와 같은 처지에 있음을 명심해야겠지요.

불의한 재판관은 과부가 귀찮아 할 정도로 ‘올바른 판결을 해달라고’ 계속 청하자 올바른 판결을 해주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습니다(18,5).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을 때 그 청을 지체 없이 들어주실 것입니다."(18,7-8)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란 제자들과 하느님을 성실하게 섬기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온갖 부정의 과녁이 되기 때문에 고통도 많이 겪게 되지만, 하느님께 정의로 갚아 주시기를 청하고 의지해야 합니다. 정의가 아니고서는 정의롭게 할 수 없으며, 사랑이 아니고서는 사랑을 줄 수 없는 까닭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중요한 태도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18,1)는 것입니다. 여기서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한 것은 청한 것을 받을 때까지 그치지 말고 언제나 기도하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때때로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지요. 우리는 청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쉽게 포기하고 낙심하며 다른 세상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서곤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들어 주신다”는 신뢰를 가지고 끈기있게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기도는 정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라 ‘인내하는 사랑’이요, ‘믿음 안에서의 버티기’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온전히 맡겨드리고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기도의 호흡 안에서 ‘끝까지’ 청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기도는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다리는 ‘사랑의 기다림’인 셈입니다.

오늘도 과부처럼 하느님의 한없는 자비를 굳게 믿고 모든 것을 내맡기며 끈질기게 기도하는 거룩한 고집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으로 기다리는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넉넉한 오늘이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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