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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15."자캐오야 얼른 내려 오너라 " -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15 조회수2,672 추천수1 반대(0) 신고

루카 19,1-10(연중 33주 화)

 

 

 

   오늘 <복음>은 자캐오 이야기로,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입성 직전에 예리코를 지나가시다가 자캐오를 만나십니다. 예리코는 <여호수아서>에 따르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직전 이스라엘이 상대해야 했던 완고한 도성(6장)이었고, 창녀 라합이 그 도시에서 구원된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2장).

 

    <복음>에서는 세관장 자캐오는 마치 ‘순결한 창녀 라합’처럼 등장합니다. 사실, ‘자캐오’라는 히브리 이름은 ‘순결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하느님이 인간을 찾아나서는 거대한 역사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앞 장면>(1-4절)이 자캐오가 예수님을 찾는 이야기라면, <뒤 장면>(5-10절)은 예수님이 자캐오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앞 장면>에서 자캐오는 ‘키 작은 세관장이고 부자’였지만, 동포의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 했고, 매국노의 혐오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키가 작다’는 말은 그가 외면적으로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처럼 초라했고 ‘작은 자’였다는 것을 암시해 줍니다. 그래서 깊은 자괴심과 열등감으로 황폐해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수님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었고 예수님을 보려고 앞질러 달려가 무화과나무 위에까지 올라간 사람이었습니다.

 

 

 

   <뒤 장면>에서는 자캐오는 ‘아브라함의 자손’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예수님 역시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오신 ‘사람의 아들’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벌어집니다. 아니, 나무 위에 걸린 죄인에게서 드러납니다.그것은 십자가 아래의 백인대장의 고백처럼,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시며”그에게 이르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참 이상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아셨는지 그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이곳에서, 마치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 이를 알고 부르듯이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곳이 당신께서 자캐오를 불러내신 약속 장소였습니다. 당신이 누구신지를 드러내는 장소요, 자캐오가 누구인지를 일깨워주는 장소였습니다. 그 장소로 부르신 분도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그의 이름을 알고 계시고, 그의 아픈 마음도 이미 다 헤아려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당신이 그를 약속 장소로 이끄시고 당신이 그 약속장소로 찾아오셨습니다. 마치, “내가 당신을 찾았다면, 그것은 당신께서 저를 먼저 찾으셨기 때문입니다.”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루카 19,10)

 

 

 

   그렇습니다. 그는 얼른 내려와야 합니다. 나무에 달리는 그 자리는 예수님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주님을 만나기 위해 사람이 하늘로 올라갈 필요가 없는 까닭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땅으로 내려오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길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오신 주님께서는 지금도 이 세상의 낮은 골목길들 지나가고 계시며,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우리를 내려오라고 부르십니다. 

 

   예수님께서 자캐오를 ‘우러러 보시는(anablepho)’ 이 시선은 예수님께서 필립보가 부르기도 전에 나타나엘이 무화과 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고 계시던 바로 그 시선(요한 1,43-51)이십니다. 이전부터 그를 알고 계시고, 보고 계시던 바로 그 시선이십니다.

 

 

 

   이제 자캐오는 ‘일어서서’(부활하여!) 말합니다.“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횡령한 것이 있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루카 19,8) 그리하여“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루카 19,19)고 선언됩니다.

 

 

 

   오늘 우리가 그러하면, 우리 집에도 바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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