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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인가?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17 조회수1,361 추천수1 반대(0) 신고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인가?

   (무모한 용기와 뜨거운 마음의 차이)

 

- 윤경재 요셉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 그러면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루카 19,41~44)

 

 

세상에는 오래 숨겨둘 수 없는 게 세 가지 있는데, 태양과 달과 진실이다.’ -부처

 

태양과 달은 감추어져 있다가도 다음날 반드시 떠오릅니다. 그처럼 진실도 아무리 숨기려 해도 곧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단지 도래 시기가 빠르고 늦을 뿐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은 진리를 눈앞에 가져다 보여주어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너무나 엄청난 진실을 믿고 싶지 않다는 편견 때문입니다.

 

태양이 떠오르면 햇살이 눈부시게 하듯 진실은 가시처럼 우리의 마음을 찌르며 다가옵니다. 태양을 직접 눈으로 쳐다보면 눈물이 흐르듯 진실은 우리를 울음 짓게 합니다.

 

태양과 달은 떠오를 때 미리 조짐을 보여줍니다. 그냥 떠오르는 적이 없습니다. 마치 우리의 눈을 적응시키려는 하느님의 준비 같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을 여명이라고 부릅니다. 여명은 태양과 지구와 인간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상징입니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건너는 데도 순서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오늘 복음말씀에 나오는 예루살렘 도성을 제자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예수께서 그렇게 자주 그리고 간절히 수난과 죽음에 대하여 예고하셨는데도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눈물을 흘리며 우시는 장면입니다. 복음 선포자가 되어야 할 제자들을 양성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며 자칫하면 몰이해와 인간적 저항에 부딪힌다는 걸 보여줍니다.

 

엠마오 제자들의 이야기에서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낙담하여 도망치듯 예루살렘을 빠져나가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그들이 그동안 겪어온 체험담을 나누었지만, 살아계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뵙기 전에는 복음말씀이 두 사람들 사이에 설왕설래 할뿐, 그들 마음을 뜨겁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직접 뵙고 성체성사의 표징을 체험한 뒤라야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뜨거워진 뒤라야 기쁨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복음 선포의 위기와 고통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처럼 체질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 (루카 21,31~32)

 

예수님께서 으뜸제자 베드로가 주님을 배반할 것이라 예고하시면서 드린 중재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들은 베드로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납작 엎드려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주님, 저는 주님과 함께라면 감옥에 갈 준비도 되어 있고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자신을 위해 기도하시고 예비하신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마치 복음의 주인, 교회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자세입니다. 베드로는 무모한 용기와 복음으로 뜨거워진 마음의 차이를 아직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사탄은 그런 틈을 비집고 들어와 밀처럼 체질할 것입니다. 우리에게서 평화를 빼앗아 갈 것입니다.

 

우리에게 준비된 여명의 시간은 비록 짧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그 관문을 통과한 뒤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주후70년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제1차 유다 항쟁 때 뒤에 로마 황제로 즉위하는 젊은 티투스 장군은 도성을 포위하고 공격용 축대를 예루살렘 성벽보다 더 높이 쌓은 다음, 활과 돌 대포를 쏴서 예루살렘 도성을 무너뜨리고 함락하였습니다. 예수께서 예언하신 오늘 복음 말씀이 글자 그대로 낱낱이 실현되었습니다. 마치 눈으로 보신듯하게 생생한 말씀이었습니다.

 

원수들이 쌓아올린 축대는 본성보다 더 높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 축대의 검은 그림자가 본성을 뒤덮어 올 때쯤 위기는 현실화 됩니다. 평화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차가운 우리 마음 안에 원수의 무리가 무모한 용기의 축대를 높이 쌓아올리지 못하도록 미리 예방하고 조치하는 길이 평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주님께서 예고하신 위험을 받아들이고 주님의 중재기도에 겸손하게 그러나 뜨거운 마음으로 응답하는 것이 평화의 길일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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