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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달콤 쌉싸름한 말씀 두루마리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17 조회수2,081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6년 다해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 나는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 >


독서: 요한 묵시록 10,8-11






천사들의 경배를 받는 성모자


 몰랭의 화가 작, (1490), 브뤼셀, 벨기에 왕립미술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한 영화 제목인데, 남녀 간의 사랑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있기 때문에 흔히 사랑과 음식이 비교될 때 달콤 쌉싸름하다라는 표현이 많이 쓰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초콜릿을 위한 물처럼(Como agua para chocolate)’이란 소설인데, 초콜릿을 탈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멕시코 시골의 명문 가문 데 라 가르사 집안에는 전통이 하나 있는데, 막내딸은 죽을 때까지 어머니를 돌보며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집의 세 딸 중 막내딸인 티타는 페드로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어머니 엘레나는 이 전통을 내세워 둘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고 페드로에게 큰딸 로사우라와 결혼하기를 강요합니다. 오로지 막내 딸 티타 곁에 있고 싶어 로사우라와 결혼한 페드로의 마음을 이내 티타도 알게 되지만, 처제와 형부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둘의 관계 때문에 티타는 자신의 마음을 오직 요리로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티타는 부글부글 끓는 슬픔 마음을 요리로 표현하고 그것을 먹는 사람들은 그 티타의 마음처럼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둘의 관계를 눈치 챈 어머니가 페드로의 가족을 다른 도시로 보내버립니다. 그때 충격을 받은 티타를 의사인 존 브라운이 사랑으로 보살피고 이내 티타의 마음은 존에게 기웁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죽음으로 페드로 가족이 돌아오자 티타는 다시 페드로와 사랑에 빠집니다. 몇 년 후 언니 로사우라가 세상을 떠나자 마침내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듯 했지만 결국 행복도 잠시, 페드로 또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맙니다. 곧이어 티타는 성냥을 하나씩 씹어 삼키기 시작하고, 티타의 몸에서 타오른 불길에 집과 목장이 전부 타버립니다. 이 화재에서 남은 것은 오직 티타의 요리책뿐이었습니다.

 

티타는 가문의 전통 안에 살아갑니다. 그 전통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그 전통의 가르침으로 자신을 오로지 불살라버리는 고통을 이겨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 또한 우리가 당신 나라에 머물게 하시기 위해 우리 모든 욕망을 살라 바치는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땅과 바다를 디디고 있는 한 천사의 손에 놓여있는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킵니다. 그런데 그 천사의 말대로 그것을 삼키니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먹고 나니 배가 쓰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많은 백성과 민족과 언어와 임금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해야 한다.”

참으로 말씀을 먹으면 입에는 달고 큰 깨우침으로 기쁨이 솟아나지만, 정작 속으로 들어가면 그 말씀이 나를 괴롭혀 삶을 변화시키게 만들고 복음적 삶으로써 그 진리를 증거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말씀을 공부하는 목적이 그 말씀을 깨달아 참 구원의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맞기야 하지만 그 말씀이 내 안에서 나를 괴롭혀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는다면 실상 그리스도께서 당신 성령의 힘으로 일곱 봉인을 떼어낸 참된 진리를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 말씀이 나를 지배하게 된다면 나는 내 뜻대로 할 수 없고 모든 것을 태워버려 내 안엔 오로지 말씀만이 남게 만듭니다.

성모님께서 말씀을 잉태하셨을 때도 마니피캇을 부르시며 참으로 기뻐하셨지만 결국 당신 영혼이 예리한 칼에 꿰뚫리는 고통을 감수하셔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씀이 이제 당신을 지배하게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말씀 자체이신 그리스도께서도 아버지의 뜻에 의해 당신이 십자가에서 성령으로 불살라지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이 남겨지게 된 것과 같습니다. 자캐오도 예수님을 받아들여 기쁘기는 하였지만 그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하는 의무가 남게 되었고, 이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말씀은 마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처럼 그 맛으로 그것을 먹는 사람을 불살라 아프게 만들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어떤 봉사팀을 만났는데 그 팀의 리더가 저는 저희 팀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느냐고 물어봅니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예수님도 당신 말씀을 받아들이려는 이들에게 같은 것을 질문하고 계신 것입니다. 당신이 주시는 그 은총으로 쓰라린 삶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생명의 두루마리를 먹어야 합니다. 삶의 쓰라림은 내 삶을 차지할 말씀이 주실 약속된 행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달콤 쌉싸름한 말씀 두루마리를 먹은 요한은 모든 인간이 어떻게 말씀으로 구원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인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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