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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 왕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20 조회수1,548 추천수10 반대(0)

작년 11월 이즈음에 미국에서 한 청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한국에서 사제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고, 예비 신학생 모임에도 잘 나왔습니다. 신앙심이 깊고, 겸손한 친구입니다. 영어, 불어, 이태리어에 능숙하고, 한국어도 막힘없이 하는 것을 보면 언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친구입니다. 외국인 전형으로 신학교에 합격을 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신학생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책임을 지고 있는 기숙사에서 지냈지만 이제는 본당을 정해 주어야 합니다.

 

본당을 정해 주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알아보았습니다. 한국에는 연고가 없기 때문에 방학 중에는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본당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동창 신부님이 받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저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준 동창 신부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실 몇 군데 알아보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인 조나단에게 새로운 본당 공동체는 어쩌면 낙원과 같은 곳일 것입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따뜻한 사랑으로 돌봐 주실 것입니다. 본당 공동체에서 새로운 신학생, 그것도 외국에서 온 신학생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실 것입니다. 조나단은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성당으로 와서 기도했습니다. 코를 심하게 고는 친구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코를 고는 친구와 자면 힘들 것 같았다고 하면서 조나단은 코를 고는 친구와 같은 방을 사용했습니다. 지난여름에는 신학생들을 위해서 한 달 동안 영어를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조나단을 보면서 중용 23장을 생각하였습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뀐다. 온 정성을 다 하여 하나씩 배워간다면 세상은 바뀐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그리스도 왕은 어떤 분이셨는지 생각해봅니다. 권위는 있으셨지만 권위적이지는 않으셨습니다. 힘은 있으셨지만 그 힘을 남용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섬김을 받으실 자격이 충분하셨지만 오히려 섬기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대신 지셨습니다. 그분은 피땀을 흘리면서까지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그분은 나병환자, 중풍병자, 소경, 세리와 창녀들과도 함께 하셨고 그들을 치유해주시고,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분의 권위는 겸손함에서 생겼습니다. 그분의 힘은 사랑함에서 생겼습니다. 그분은 비록 돈과 조직, 엄청난 배경은 없으셨지만 희생과 봉사 그리고 기도의 힘으로 세상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분은 승리하셨고, 그분은 우리들의 구세주가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분을 그리스도 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명의 죄수가 예수님 곁에 있었습니다. 한명은 끝까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구세주라면 당신도 살리고, 나도 살려보라고 예수님을 조롱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명은 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인생은 풀잎 끝에 맺혀있는 이슬방울 같다고 하였습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말라버리는 들꽃과 같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고통의 바다에서 외로이 떠있는 작은 배와 같다고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주님과 함께 지내면 풀잎 끝에 맺혀있는 이슬방울도 아름다운 보석으로 변하게 됩니다. 저녁이면 말라버리는 들꽃도 천상의 향기를 갖게 됩니다. 고통의 바다에 떠있는 작은 배도 목적지를 향해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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