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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의 감염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20 조회수1,004 추천수2 반대(0) 신고


 

죄의 감염

 

- 윤경재 요셉

 

 

 

그때에 지도자들은 예수님께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하며 빈정거렸다.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말하였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하며 그분을 모독하였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 23,35~43)

 

 

오늘 복음말씀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잘못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분별없이 여러 사람에게 물드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것을 살필 수 있습니다.

 

우선 지도자라는 사람이 앞장서서 예수님께 말로 빈정거렸습니다. 다음으로 지도자들의 부하인 군사들은 이 빈정거림을 듣고 용기를 얻어 거기에 새로운 행동을 보태며 조롱합니다. 즉 시키지도 않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한술 더 뜬 것입니다. 나중엔 십자가에 매달린 죄인 하나마저 자신의 처지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하며 그분을 모독하였습니다. 무분별함에다가 자신의 이익까지 보겠다는 심보가 보태졌습니다.

 

루카복음서 저자는 아주 예민하게 단어를 선택해가며 인간들의 비겁한 속성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빈정거림에서 조롱으로 나중엔 모독에까지 번졌습니다. 또 지도자로부터 시작하여 군사들, 심지어 죄인까지 덩달아 나서는 죄의 감염 방향에 집중하였습니다. 지도자의 행실이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인간에게 죄가 얼마나 쉽게 감염되는 경향이 있는지 놀라게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사실을 깨닫기 어렵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잘못된 언행을 따져보지도 않고 따라하는 현상을 동조효과라고 합니다. 전혀 다른 내용이라도 질문하는 의도에 따라 상반되게 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면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민주주의의 공정성이 성취된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물었을 때 부정적으로 답하기보다 그렇다고 동조합니다. 그런데 부자라 해도 개인 재산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도록 제약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라고 물으면 역시 그렇다라고 동조합니다. 두 질문은 서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모두 긍정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사람들은 질문을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웬만하면 동조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게 답하고 맙니다.

 

유도 질문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가 여론조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유도 질문에 넘어가지 않고 한번쯤 의심을 해보는 현명한 태도를 평소에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이성적 상승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과거에 자신들이 결정했던 행동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새롭게 나타난 이성적 판단을 소홀히 접근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일본은 위안부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어찌됐던 과거에 자신들이 필요에 의해서 결정한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잘못된 일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과거의 행동과 결정을 합리화 하려는 구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비이성적 상승효과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의 행동을 합리화하는데 매달려서는 안 되며, 새로 시작한다면 어떻게 결정할는지 따져 보는 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남석 지음, 인지편향 사전 인용)

 

우리는 그동안 일명 우도라고 부르는 죄인이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언행과 죄의 대가를 거부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기억해달라는 간청을 칭송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낙원에 있을 거라 응답하시는 예수님의 은총에 감격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못을 깨달은 우도보다는 죄의 경향성에 빠질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루카복음서 사가의 의도에서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이런 심리학적 맹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 점을 인정하고 실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보다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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