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감동적인 미사
작성자이순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22 조회수2,317 추천수11 반대(0) 신고

 

                    

 

지난 토요일 몇 달 만에 절두산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미사봉헌 해야 일도 있고 ‘대통령 하야’ 광화문 촛불시위가 무사히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전날 수능시험이 끝났으니 성지가 조용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사 를 신청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군데군데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지나치며 그들 말에 귀 기울여보니 성지순례를 온 중국 신자들이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신부님 네 분이 입당을 하십니다. 세분 신부님은 신자들과 성지순례를 오신 중국 신부님들이라고 미사를 집전 하시는 신부님께서 소개를 하셨습니다. 한 지역이 아니라 상하이등 각각 다른 지역에서 온 신자들인데 한 팀은 배를 타고 왔다는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인들은 관광이나 쇼핑을 하러 한국에 오는 줄만 알았는데 성지순례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외국신자들과 함께 미사 드리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가끔 해외에 나갈 때마다 외국인들과 미사를 드리며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의 쑥스러움이 되살아났습니다. 주의 기도를 바칠 때 중국인들의 금속성 같이 튀는 그들의 음성이 하느님 귀에 쏙쏙 잘 들어갈 것 만 같아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맘 놓고 미사를 드릴 수 없는 신앙의 자유가 없는 중국 신자들의 기도가, 자유롭게 미사를 드릴 수 있는 한국 성당에서는 더욱 간절하게 하느님께 상달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맞물려 생각 키워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신앙의 자유가 없는 북한 교우들이었습니다.

 

 

미사가 끝날 무렵 신부님께서 중국어 통역 할 사람을 애타게 찾으셨습니다. 한참 정적이 흐른 뒤 드디어 한 청년이 뚜벅뚜벅 제대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성지순례를 오는 단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어야 하는데 전달 할 방법이 없어, 중국어를 모르는 신부님께서 애가 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 이때부터 한국 신자들이나 중국신자들 가슴에 더욱 진한 감동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신부님께서 한국의 성지순례에서 느낀 소감을 말씀 하실 때 울려 퍼지는 박수소리는, 천국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순교자들의 박수소리와 맞물리는 듯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흐뭇하고 기쁘셨겠습니까? 이런 하느님 마음이 미사를 참례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리를 옮겨 하나 되는 듯한, 참으로 오랜 만에 하느님의 현존을 생생하게 느끼는 감동적인 미사였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성당 밖으로 나오니, 중국 신자들이 성당 마당에 서계신 신부님 앞에 하나 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신부님께 안수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순간 신심을 맘껏 표출할 수 있는 기쁨에 차 있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저 역시 덩달아 기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은 ‘ 박해 받는 교회를 위해 너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그날 미사를 통해 보여 주신 것입니다. 잠시도 기도를 늦출 수 없는 세상살이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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