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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간을 낱낱이 헤아리시는 분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23 조회수1,226 추천수7 반대(0) 신고


 

인간을 낱낱이 헤아리시는 분

 

- 윤경재 요셉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루카 21,12~19)

 

 

 

현대 두뇌 생리학에서 인간의 두뇌는 특이한 작용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학습이나 창의성과 연관된 기억에 대하여 그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사람은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기억할 때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에서는 세세한 상황이나 장면이 사진 찍히듯 선명하고 정확하게 기억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고 강제력을 받거나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될 때는 오히려 기억하는 내용이 적고 부정확하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와 긴장 아래에서는 내용을 오해하거나 착각하는 빈도가 더 심하다고 합니다. 그럴 때 기억은 주관적이라 크게 믿을 바가 못 됩니다.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왠지 마음에 끌리는 선생님이 강의하시는 과목에 더 점수가 좋았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친구들과 재미난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여행 중에 굉장한 광경에 압도되면 기억에 깊이 각인된다고 합니다. 그런 시간에는 중등도 각성상태가 유지되고, 마음과 몸이 리랙스 상태로 두뇌가 최고로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두뇌가 활성화되면 각종 정보의 출입이 자연스러워지며 제3의 것으로 연상 작용이 일어나 하나의 정보가 집단화되어 기억된다고 합니다.

 

기억은 단편적으로 조각난 것보다 이것저것 연상 작용에 의해 연결된 기억이 오래 각인되고 추후에 그 기억을 꺼내어 사용하기 쉽다고 합니다. 기억의 고수들이 알려주는 비법도 익히 아는 자기 방 구조물에다가 기억을 하나씩 연결하여 서랍 속에 차곡차곡 정리하듯 집단으로 보관하라고 합니다. 또 어떤 상황과 사건에서는 그때 느꼈던 감정을 색동옷처럼 입혀 정리해 두라고 권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그 사람에게서 난 향기라던가 오고갔던 감정의 흐름을 떠올려 보라는 것입니다. 또 첫 단어들에 노래를 붙여 부르면 기억이 잘 되죠.

 

머리가 뛰어난 고등학교 학생이라도 입시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은 그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부조리하고 현실과 괴리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공부가 자신에게 하등 도움이 안 되며 왜 하는지 모를 때 이런 불행이 벌어집니다. 자기가 공부하는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박해의 때를 미리 준비를 시키시되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박해에 대해 제자들이 미처 몰랐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십니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박해는 제자들에게 공포로 다가왔을 겁니다. 가능하면 피할 방도를 찾고 싶었을 것입니다. 박해가 자신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리 스승 예수께서 미리 예고하셨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박해의 의미를 재해석하여 주셨습니다. 박해가 훈장이 되거나 영광의 결실이 되리라는 것이 아니라 제자로서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에 완성단계로 진입하는 길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니 도망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 두뇌는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대뇌피질인 인간의 뇌 등,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파충류의 뇌는 심장박동, 호흡 등 생명 유지와 연관됩니다. 포유류의 뇌에는 편도체가 자리하는데, 편도체는 외부 자극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칠 것인지 선택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너무나 강한 자극이 오면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어 죽은듯하게 위장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럴 땐 대뇌피질에서 모든 사고가 정지되어 아무 판단도 내릴 수 없으며 숫제 기절하게 만듭니다.

 

박해를 당할 때도 편도체가 본능적으로 우리를 얼어붙게 하고 기절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때 인간은 스스로 무슨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럴 때 예수께서 대신 언변과 지혜를 넣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동참하신 분이시기에 예수께서는 인간의 구조와 한계를 익히 아셨습니다. 그러므로 미리 대책을 세워두신 것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통해 저를 하나에서 열까지 낱낱이 헤아리고 계신 예수님을 또 한 번 깊이 고백하게 됩니다. 주님, 제가 당신을 피해 어디로 달아날 수 있겠습니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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