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23 조회수3,491 추천수14 반대(0)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와 담쟁이라는 시를 통해서 시련과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든 꽃들이 저렇게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며 피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에도 시련과 아픔이 있기 마련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설 수 없어서 담에라도 기대어 자라야 하는 담쟁이의 질긴 생명력을 통해서 우리들 또한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건강 때문에, 판단력이 부족해서, 게으름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습니다. 유행성 출혈열에 걸려서 중환자실에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지리산에서 조난을 당할 뻔했습니다. 끝까지 저를 믿어 주었던 학생들이 고마웠습니다.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아서 지휘관에게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저를 이끌어 주셨고, 여기까지 달려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걸림돌이라는 말보다는 디딤돌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다가오는 시련과 아픔을 걸림돌로 여기면 원망과 분노가 생기고,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련과 아픔이라도 그것을 디딤돌로 여기면 용기와 희망이 생기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남자와 여자, 고용주와 노동자, 다양한 종교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또한 나무가 살아 있다는 표시이기도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없고, 모든 것이 조용하다면 그것은 어쩌면 죽은 사회일수도 있습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그런 다양함이 또한 아름다움입니다.

 

교구청 마당에 있으면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흩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붙어 있을 때는 파란 색의 잎으로 생명을 지녔습니다. 햇빛을 받아 나무를 자라게 하고, 나무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양분을 끌어 올려 나뭇잎을 더욱 파랗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떨어진 낙엽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도 없습니다. 나무로부터 양분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저 부는 바람에 흩어져 쓸쓸함을 보여 줄 뿐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무리에서 빠져나온 어린 들소는 배고픈 사자의 표적이 되곤 합니다. 무리와 함께 있을 때는 사자들도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무리에서 떨어진 들소는 혼자의 힘이 강하다 할지라도 사자의 억센 이빨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소들은 함께 무리를 지어서 이동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묵시문학의 이야기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묵시문학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조직과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하느님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악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나약하고, 작은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하느님과 함께 한다면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니, 강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생기가 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자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묵상을 하게 됩니다. 자녀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부부의 불화로 힘들고 어렵게 지내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신앙을 갖지 않았다면,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면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문제들로 가슴아파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묵시문학은 이야기 합니다. ‘이 모든 것들도 다 지나가리라.’ 결국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밝은 빛을 보리라고 말을 합니다. 이정하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살아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마치 우리 국민들에게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여러분은 인내로써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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