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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4 목/ 나를 포위하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23 조회수1,236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16.11.24)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루카 21,20)





The great tribulation







나를 포위하고 있는 것들에서 벗어나

예루살렘의 파괴는 구원과 멸망이 갈리는 전조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21,20-21)

서기 70년 예루살렘은 로마군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하여 성전이 파괴되고 무려 110만 명이 죽었으며 9만 7천명이 로마군 총사령관 티투스의 포로가 되어 여러 지방에 끌려갔습니다. 예루살렘은 로마의 지배가 끝날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혀 굶어 죽어가고 슬프게 우는 소리조차 내지 못할 만큼 비참한 신세가 되었습니다(21,24).

성전 파괴는 서기 66-70년 사이에 일어난 로마와의 독립 전쟁에서 인간의 힘에만 의존함으로써 유다인들 스스로 부른 참혹한 결말이었습니다. 그들의 파멸은 외부 적에 의한 포위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 자기중심적인 욕망과 교만의 두꺼운 껍데기로 자신들을 철저히 포장해버린 결과였던 것이지요.

우리네 삶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그리스도의 옷을 입고 있습니까? 예수그리스도의 제자라면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닮아야 하고 하느님의 선과 사랑을 심장에 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선한 지향과 말씀의 진리에 따른 행동, 자신을 벗어난 이타적인 몸짓, 온화한 미소, 애정 어린 배려, 관대한 헤아림으로 채워져야겠지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콜로 3,2)

오늘 우리를 파멸의 늪으로 내몰려는 구조적인 악과 불의, 물신주의와 쾌락주의의 거센 힘이 끊임없이 도전해옵니다. 잠깐만 한눈팔아도 금세 젖어들어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질 것 같은 현상들이 넘칩니다. 그럼에도 외모와 겉치레, 눈에 보이는 가치들에 포위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겠지요.

예루살렘 성전 파괴와 종말의 조짐과 같은 내 마음의 허울들을 과감히 벗어버려야겠습니다. 자신이 재판관이 되어 내리는 조급한 판단, 성령의 이끄심과 무관한 습관과 창조성을 잃어버린 고정관념, 좁디좁은 경험의 틀에 박혀 되풀이 하는 비합리적 사고, 지극히 인간적인 인연들을 하느님의 뜻보다 더 중요시하는 태도 등을 버려야겠지요.

강력한 육의 경향과 하느님을 거스르는 물질과 세상 권력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루카 21,28) 사람의 아들의 오심을 기쁨으로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끝이 아니며”(21,9),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21,28) 지금이 바로 성전을 파괴하기 위해 둘러싼 적군과 같은 거짓과 교만의 탈을 벗어버려야 할 때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육신을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육과 영, 선과 악, 실제의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늘 갈등하며 주님께 등을 돌리라는 유혹과 도전을 받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고 주님을 바라보며 하느님께 의지하며 파멸이 아닌 창조의 길로 나아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악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하느님과 말씀에 대한 망각의 잠도 깨워야겠지요.

오늘도 잠에서 깨어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차려, 탐욕과 교만과 무관심으로 가득찬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파멸이 아닌 영원한 생명의 길로 나아갔으면 합니다(21,21 참조).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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