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26 조회수1,319 추천수11 반대(0)

27명의 부제님들이 교구장님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내년 23일 서품식이 끝나면 교구의 사제로 사목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교구장님께서는 부제님들에게 질문도 하시고, 앞으로 하고 싶은 사목의 방향도 물어보셨습니다. 26년 전에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저와 동창 신부님들을 만나 주셨습니다. 서품 성구에 대해서 질문하셨고, 준비를 잘 하라고 덕담을 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의사 분들은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지인 중에는 대학병원의 교수로 계시는 의사 선생님이 계십니다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규율도 엄격하고, 계속 연구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목의 현장에서 사제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부제로 지낼 때는 강론을 하거나, 봉성체를 하고, 예비자 교리를 가르칩니다. 신학교에서는 가장 높은 학년으로 존경을 받지만 사목의 현장에서는 모든 것을 배워야하는 신입사원과 같습니다. 서품을 받으면 주로 보좌신부로 사목을 하게 됩니다. 엄격한 본당 신부님을 만나면 힘들지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상한 본당 신부님을 만나면 사목이란 신자들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울 것입니다. 저는 일곱 분의 본당 신부님을 모셨고, 8년 동안 보좌신부로 지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늘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눈을 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신학생 때 선배님들에게 들었던 말을 생각하면서 깨어있음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쓰리에스라고 배웠습니다.

첫 번째는 성덕(Santitas)입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하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해야 합니다. 성덕은 기도함에서 시작합니다. 성덕은 말씀을 통해서 자라납니다. 성덕은 미사로 하나가 됩니다. 성덕은 사랑으로 열매를 맺습니다. 성덕이 있는 사람은 직책과 상관없이, 능력과 상관없이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덕(Sapientia)입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늘 가까이하고, 세상에 드러나는 시대의 징표를 분별하고, 책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분별력이 부족한 지도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본당 공동체나, 조직을 담당하는 사제들은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됩니다.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고, 일단 선택했으면 끝가지 믿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열 사람의 친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체덕(Sanitas)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함께하면 좋습니다. 건강한 몸은 사제 본인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공동체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규칙적인 식사, 적당한 운동, 금연, 절주도 중요합니다. 병을 고치는 의사가 늘 아프면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도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제는 세상에 나와서 홀로서야 하기 때문에 많은 유혹을 겪게 됩니다. 규칙이 보호해 주는 것도 아니고, 학교의 울타리가 지켜 주는 것도 아니고,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제님들과 함께 면담을 하면서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를 생각하였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저는 신학생 때, 신학교를 가시방석처럼 여긴 적이 많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공동 기도, 성격이 다른 친구들, 어려운 공부가 힘겹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신학교에 있는 학생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지키고 따른다면 그곳이 바로 꽃자리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진다면 그곳이 바로 가시방석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교회의 전례력은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으며, 대림시기는 예수님의 탄생 4주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수님의 탄생 4주전입니다. 2016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감사드리며, 이웃들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뉘우치면서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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