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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30 조회수1,158 추천수8 반대(0) 신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 윤경재 요셉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두 형제, 곧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호수에 어망을 던지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마태 4,18~19)

 

 

 

 

2016년 한 해 10대 뉴스를 꼽는다면 반드시 이세돌 프로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이 낄 것입니다. 처음에 이 대결이 성사되었을 때 알파고가 과연 한 판이나마 이길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이세돌 프로가 기계와 대국하는 점이 어색해서 실수한다면 모를까 전승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기사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 반대였습니다. 알파고가 예상을 깨고 41로 승리하였습니다. 그 충격의 여운은 아직도 남았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컴퓨터가 발전하면 어떤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란 기사하며, 결국 대부분 인간은 몇몇 육체적으로 힘쓰는 일과 기계들의 틈새를 이어주는 서비스직으로 만족해야 할 처지가 될 거라는 예측성 기사가 넘쳐났습니다.

 

지난 수세기에 걸쳐 과학의 성공 탓에 얻은 것도 있지만, 사라져버린 것도 많습니다. 그동안 과학은 기적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과학이 만들어낸 기적들이란 쓸모없는 것들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의 기적이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기적을 통해 행복이 증대되지 않았다면 그런 기적은 쓸모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진정한 행복은 감소하였습니다. 기술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더욱 편리해지지만 행복은 감소하고 소외됩니다. 이러한 것이 바로 과학이 만들어낸 기적입니다. 기계 장치에 의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지만, 그럴수록 사람이 필요한 일은 적어집니다.

 

행복이란 자기 존재의 필요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자신의 존재가 의미 있음을 느끼게 되면 삶에 대해서도 의미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필요한 존재이며, 자신이 없다면 모든 일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없어도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모든 일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갈 것이 분명합니다. 기계가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그저 방해물일 뿐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물건으로 대접받는 지경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유다의 신비주의자 랍비 중에서 힐렐은 믿음이 강했고 신앙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기도 중에 하느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직 나만이 당신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주님 역시 내가 필요합니다. 내가 없다면 주님은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만일 나 힐렐이 없다면 누가 기도하겠습니까? 누가 당신을 우러러보겠습니까? 저만이 그러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제게는 주님이 필요하지만, 주님 또한 제가 필요하시다는 것을.”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예수께서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초대를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을 겁니다. 곧이어 그분께 자신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만일 우리가가 사무실이나 상점에 앉아 있을 때 예수께서 와서 따라오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나가 주세요! 나는 바쁜 사람이에요, 내 시간을 빼앗지 마세요!”

 

그러나 두 어부는 호수를 등지고 선 예수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태양은 떠오르고 있었고 이 사람 예수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호수보다 더 깊었고 그에게서 나오는 광채는 태양보다 더 위대했습니다. 그들은 예수와 같은 인물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에 호기심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주저 없이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랐습니다.

 

또 기꺼이 따라준 두 사람 덕분에 예수님께서도 지상 생활이 덜 적적하셨을 것입니다. 함께 순례 여행을 다니시며 서로 적잖은 위로를 주고 받으셨을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세대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주 확인시켜 주는 게 필요할 것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서로 행복을 느끼게 하려면 결국 그가 하는 일이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그가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게 대접하는 길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가 건물의 경비를 서던, 청소를 하던, 심부름을 하던 그 사람이 대용 가능한 사람이 아니라 그때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느끼게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AI 세태에서 인간성이 살아남는 방법일 것입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는 바로 상대방에게 존재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다가가는 삶을 사는 사람일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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