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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은 찾아나서는 체험입니다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02 조회수1,043 추천수13 반대(0) 신고


 

믿음은 찾아나서는 체험입니다

 

- 윤경재 요셉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는데 눈먼 사람 둘이 따라오면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 주님!” 하고 대답하였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의 눈에 손을 대시며 이르셨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렸다. (마태 9,27~30)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경험과 체험이란 비슷한 단어가 있는데 두 낱말이 지닌 의미는 미묘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데 운전자가 이끄는 대로 탔다가 내리면 자신이 어디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직접 차를 몬 사람은 완벽하지는 못해도 조수석에 앉아서 온 사람보다 훨씬 잘 기억합니다.

 

이처럼 조수석에 앉아서 머리로만 그려보거나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과정이 경험입니다. 이에 반해서 체험은 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처럼 자신의 여정을 깊이 고민하면서 몸으로 겪는 과정을 말합니다. 체험은 마주친 동일한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으며, 피부로 와 닿는 과정도 다르므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구체적입니다. 경험이 객관적이고 추상적이라면 체험은 주관적이고 구체적이죠.

 

우리는 하느님께 당신을 경험하게 해달라고 하지 않고 체험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도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깨닫지 않으면 그저 소문과 같은 경험 상태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깊어지면서 생기게 되는 하느님을 만났다는 개인의 체험은 다른 사람에게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믿음 또한 스스로 찾아 나서는 체험의 과정입니다.

      

 

예술품을 보는 안목이 깊은 한 사제가 도자기 공장 마을에 사는 나이 든 도공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사제는 혹시라도 훌륭한 작품을 만날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늙은 도공이 한창 젊었을 때는 예술가적 기질에 자유분방하고 방탕하여 어떤 종교도 갖지 않던 사람이었답니다. 사제가 그 집에 도착하여 둘러보니 거실 한쪽 유리 전시탁자 속에 소중히 보관된 두 개의 도자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균형 감각이 뛰어났고 비췻빛 은은한 색깔이 마치 도자기가 숨을 쉬는 듯하였습니다. 사제가 감탄하여 말했습니다.

 

! 참 훌륭하고 멋지군요. 도자기가 무슨 말을 걸어오는 것같습니다. 아주 귀한 것이겠지요?”

. 그렇습니다.”

혹시 얼마면 파시겠습니까?” 늙은 도공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이 세상 돈을 다 준다 해도 이 도자기는 절대로 팔 수 없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몇 년 전만 해도 술주정뱅이에다 노름꾼이었지요. 말하자면 마귀에게 영혼을 맡겨 놓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젠 다른 삶도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하고 충고하는 친구의 권유로 근처 성당 안에 혼자 들어가 십자가 아래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막상 떠오르는 것도 없었고, 무얼 해야 좋은지 몰라서 그냥 앉아 있었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편안해지고 가슴이 벅차 오는 심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공장 쓰레기 더미에서 흙 한 덩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쓸데가 없어서 버린 것이었지요. 왠지 그것으로 도자기를 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걸 집에 가져와 정성껏 쳐대고 발로 짓이겨가며 반죽을 하고 유약을 입혀 도자기를 만들어 구워 보았습니다. 결국 나는 쓸모없던 흙으로 저 두 개의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도 나를 가지고 똑같은 일을 하실 수 있을 거야!’

 

그때부터 저는 제 자신을 하느님 손에 맡기고 하느님께서 저를 새 사람으로 만들어 주시길 바랐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께서 그 쓰레기장의 흙덩이 같았던 나를 아름다운 도자기로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원하시면

무엇이나 다 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소문으로 듣기만 하였습니다. 

한쪽으로 닫힌 머리로 굴려보고 재어보았습니다.

 

버려진 흙덩이라도 직접 물레를 돌리고 유약을 입혀

도자기 형태를 빚어야

당신께서

비로소 불꽃으로 알맞게 구워주신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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