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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의 장단점을 모두 쓰시는 하느님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03 조회수1,776 추천수8 반대(1) 신고


 

사람의 장단점을 모두 쓰시는 하느님

 

윤경재 요셉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마르 16,15~18)

 

 

 

오늘은 선교활동의 수호성인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축일입니다. 성인은 인도에서 시작하여 인도네시아 말라카, 뉴기니, 필립핀, 일본 등지에서 선교활동을 하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10만 명가량이나 되며, 한 번에 수천 명을 세례 준 적도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인도하면 먼저 힌두교와 불교가 떠오르는데 현대에는 불교인 수가 급격하게 줄어 실제로는 얼마 안 됩니다. 13억 인구의 0.7%정도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이슬람교인 수가 약 11%, 크리스천이 약 2.7% 라고 합니다. 대부분 가톨릭으로 인구수로 보면 사제와 수도자 수효만 해도 수만 명에 이릅니다. 남인도의 동서 해안가를 중심으로 가톨릭 성지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인도 순례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왠만한 마을이면 어딜 가나 서있는 크고 화려한 힌두교 사원과 열악한 도로와 교통편입니다. 도시는 넘치는 인파로 달리지 못하고, 시골길은 비포장도로라 힘겨웠습니다. 최신 관광버스였는데도 시속 5~60km를 넘지 못해서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데 터덜거리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 진을 다 빼고 다녔습니다. 인도인 특유의 기다림의 시간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열두 사도인 성 토마스는 멀리 인도까지 선교를 왔다가 박해를 받고 순교하였습니다. 성인께서 묻혔다는 마드라스의 성당이 아담한 크기라서 놀랐습니다. 서울의 조금 널찍한 성당 정도였습니다. 순례자들과 좁은 지하 무덤 경당에서 지낸 미사는 아주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 난 몸을 직접 만지셨을 만큼 인간적이셨던 토마스 사도라서 그런지 우리도 돌무덤 언저리를 쓰다듬을 때 우리와 멀리 동떨어진 성인이라기보다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토마스 사도의 영향으로 1세기부터 크리스천이 인도 동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으니 그 신앙의 뿌리가 아주 깊다고 하겠습니다.

 

인도 중부서해안에 자리한 고아지방은 16세기엔 포르투갈 영토였습니다. 1542년 5월 F. 하비에르 성인이 인도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곳으로 천주교 성당들이 몰려 있습니다. F. 하비에르 성인의 유해를 모신 봄 지저스(착한 예수) 성당은 외벽이 검붉어 불에 탄 듯합니다. 벽돌색깔이 원래 그렇다고 합니다. 성당 내부는 나무 위에 금박을 입혀 화려한 제대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고, 성당 한쪽 성인의 유해 앞에는 순례 온 인도 교인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참배객들로 가득했습니다. 놀라운 일은 성인의 유해가 464년이 지난 지금까지 썩지 않고 보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10여년마다 공개되는데 다음엔 2024년이라고 합니다.

 

성지순례를 함께 가신 사제께서 농담처럼 한 말씀하셨습니다. “F. 하비에르 성인의 성격이 강직하고 불같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성당 외벽이 불에 그슬린 것 같고, 당신의 유해에 수분기가 모두 말라 썩지 않은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고르실 때 그의 장단점 모두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쓰신다고 합니다. 사도 바오로가 대표적 인물입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타협할 줄 모르고 관철하고야 마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사후에 그 잔당을 소탕하려고 다마스쿠스로 간 것이었습니다.

 

바오로는 명민한 두뇌의 소유자로 남보다 앞서 생각하며 자충우돌 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무척 싫어했으며 또 마음먹은 것은 꼭 실행에 옮겼습니다. 바오로 서간 곳곳에서 이런 모난 성격이 드러납니다. 만약 그가 선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까다로운 성격 탓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지탄을 받았을 겁니다. 바오로는 그런 자신의 약점을 가시라고 표현했습니다.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으로, 나를 줄곧 찔러 대 내가 자만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2코린토 12,7)

 

주님께서는 F. 하비에르의 다혈질적이며 열정적인 성품을 쓰시어 아시아 지역 선교에 투입하셨습니다. 16세기 중반 열악한 환경에서 견디도록 강직한 성품을 이끄셨습니다. 문화와 언어와 종교가 낯선 땅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립핀, 일본 등지에서 주님께서는 그와 함께 일하시며 인간적인 약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그는 주님의 도움으로 인도의 사도가 되었으며, 또한 일본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뱀과 독은 어쩌면 우리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기질적 약점을 상징한다고 하겠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이웃과 교우를 만납니다.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자신의 뱀과 독을 내보이며 관계를 맺게 됩니다. 서로 상처를 주고 또 받게 됩니다. 심지어 교우가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의 이런 약점까지 이용하시는 분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새로운 시야가 열릴 것입니다.

 

천주교 교인에게 꼭 필요한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말하기의 반대말은 듣기가 아니라 기다리기다.’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가요? 주님의 뜻이 제대로 펼쳐질 시기를 여유를 갖고 기다리되, 기도로서 그 간극을 메우라는 교훈입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는다.”라는 말씀의 참 뜻이 상징하는 바를 묵상해 봅니다. 타인의 약점을 너무 크게 인식하지 말고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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