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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61208 -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서공석 요한 세례자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08 조회수1,213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6 12 08 () 가해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복음 묵상

창세기 3,9-15.20
에페소서 1,3-6.11-12
루카복음 1,26-38


서공석 요한 세례자 신부님


오늘 복음은 성모님의 축일에 우리가 잘 듣는 말씀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수태 사실을 알리자 마리아는 천사에게 질문합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천사가 답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리고 천사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알려진 엘리사벳이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잉태하였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마태오복음서와 루카복음서는 그 시작에 예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신앙인들이 예수님에 관해 믿고 있던 바를 구약성서의 표현을 빌려 이야기로 만들어 기록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또 하느님의 아들로 믿던 신앙인들이 예수님은 인류 생산력의 산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태어난 생명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에게 말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신다.’ 이 말은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혼돈 위에 성령이 내려오셨다는 창세기(1,2)의 말을 상기시킵니다. 이제 마리아 안에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새롭게 창조하신 생명이라는 뜻입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알지 못하였던 새로운 생명이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는 말은 탈출기의 말씀(40,34)을 상기시킵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위한 만남의 장막을 광야에 세우자 하느님이 현존하신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구름이 그것을 덮었습니다. 하느님이 이스라엘과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성막(聖幕)입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성전(聖殿)의 기원입니다.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는 하느님이 거하시는 성전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는 엘리사벳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었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말도 합니다. ‘하느님에게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말은 창세기(18,14)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인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알리면서 천사가 한 말입니다. 그렇다면 ‘남자를 알지 못한다.’는 오늘 마리아의 말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인 엘리사벳과 사라가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아들을 낳아서 구원역사에 중요한 인물이 태어나게 하였듯이, 마리아에게 잉태되는 아기도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태어나는 생명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마리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잉태된 예수의 신원(身元)이 하느님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말입니다.

천사의 그런 말들은 모두 초기 그리스도 신앙인들이 예수님에 대해 믿고 있던 바를 구약성서의 언어를 빌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새로운 생명이며, 하느님의 구원을 알리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답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말은 하느님 앞에 신앙인이 해야 하는 고백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이 보여준 하느님의 자녀 됨을 사는 길입니다. 요한복음서는 예수님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입니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함께 살 것입니다.(14,23)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면서 하느님의 성전이 되었듯이, 예수님의 말씀을 영접하고 실천하는 그리스도 신앙인 안에도 하느님이 계신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신앙인은 하느님의 뜻이 자기 안에 이루어질 것을 빌면서 삽니다. 오늘 마리아가 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마리아가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하였다는 사실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그 축일을 제정하고 원죄에 물듦이 없이 잉태한 마리아라는 사실을 믿을 교리로 반포한 것은 19세기의 한가운데 곧, 1854년입니다. 그리고 4년 후에 프랑스 루르드에서 마리아가 발현하였다는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유럽에서 19세기는 무신론(無神論)의 세기였습니다. 유럽의 지성인들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보급된 무신론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신앙 안에 하나였던 유럽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존재를 거부하고, 그분의 섭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였습니다. 그런 거부와 부정에 교회는 마리아 안에 하느님의 특별한 개입이 있었다는 교회의 믿음을 천명한 것입니다. 이것으로써 교회가 하고자 했던 것은 하느님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인류역사 안에 개입하신다는 것과 예수와 더불어 새롭게 창조된 인류가 있다는 사실을 공포하는 것이었습니다.

원죄에 물듦이 없이 마리아가 태어났다는 것은 마리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마리아 안에 특별히 배려하셨고,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이었다는 것입니다. 원죄는 인류의 시초부터 인간이 선()과 악()의 기준을 자기 안에 두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았다는 뜻입니다.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가 선과 악을 알 수 있는 나무 열매를 먹었다고 말하는 창세기의 뜻입니다. 원죄에 물듦이 없이 마리아가 잉태하였다는 말은 자기중심적이 아니라, 하느님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그분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비는 생명의 역사가 마리아로부터 시작하였다는 고백입니다. 원죄에 구애받지 않는 인류가 마리아와 더불어 시작하였다는 말입니다. 그리스도 신앙공동체가 마리아에 대해 하는 말은 항상 인류의 운명을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예를 들면, 성모승천의 교리는 마리아가 하늘로 올라간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전쟁의 폐허 위에서 삶의 희망을 잃은 인류에게 우리의 미래는 하느님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마리아와 더불어 원죄, 곧 자기를 중심으로 살지 않는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축일은 우리도 그 역사 안에 합류하여 살자고 말합니다. 인류의 구원은 무신론과 같은 인간 중심의 합리적 언어에서 오지 않습니다. 사실 하느님을 의미하는 모든 언어를 없애버리고, 평등이라는 합리성만 추구한 사회가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였습니다. 그것은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인간 집단이 무섭게 군림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오늘의 축일은 구원하시는 하느님이 가까이 계시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빌며,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자고 호소하는 오늘의 축일입니다.


서공석 요한 세례자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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