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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혜와 배려가 이룬 일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09 조회수2,550 추천수10 반대(0) 신고

 

 

 

지혜와 배려가 이룬 일

 

- 윤경재 요셉

 

사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마태 11,16~19)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초나라 장왕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밤 장왕이 신하들을 불러 주연을 베풀었습니다. 술이 여러 순배 돌자 취흥이 무르익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켜 놓았던 등불이 모두 꺼져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집안이 깜깜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 궁녀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에구머니! 이게 무슨 짓이야!’ 어둠을 타서 신하 중 한 명이 그녀의 몸에 손을 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궁녀는 대담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기의 몸에 손을 댄 사람이 쓰고 있던 갓끈을 잡아당겨 끊었습니다. 그 갓끈을 움켜잡고는 말했습니다. ‘폐하, 저에게 못된 짓을 저지른 자의 갓끈을 끊어서 증거로 갖고 있습니다. 부디 빨리 불을 켜 범인을 잡아 주소서.’ 방안에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이 냉기가 싸늘하게 감돌았습니다. 범인이 밝혀진다면 그 신하의 생명은 보전되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왕은 소리를 높여 말했습니다. ‘아직 불을 켜지 말라. 이 자리는 내가 대신들에게 술을 내고 있는 자리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순간적으로 다소 무례한 짓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짐에게 있노라. 그러니 나의 신하 중 어느 하나가 수치를 당하는 것은 결코 짐의 뜻이 아니니라.’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장왕은 다시 소리 높여 말했습니다. ‘잘 들으시오. 여기에 앉아 있는 대신들은 지금 곧 자신의 갓끈을 끊어 내버리도록 하시오. 만약 갓끈을 끊지 않은 자가 있으면 내가 그를 엄히 다스릴 것이오.’

 

그 말을 들은 신하들은 일제히 갓끈을 끊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장왕은 불을 켜도록 명했습니다. 신하들 모두 하나같이 갓끈이 끊어져 있으니 누가 범인인 줄 알 수 없었습니다. 신하들은 사려 깊은 왕의 배려에 감격하여 더욱 충성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얼마 뒤 초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격전 끝에 진나라를 물리치고 승리했습니다. 장왕은 이 전쟁에서 크게 공을 세운 장수를 불러 공을 치하하고 후한 상을 내리려 했습니다. 그러자 그 장수는 극구 사양하면서 말했습니다. ‘폐하, 제 목숨은 지난번 주연이 열렸던 날 이미 죽어야 마땅했사옵니다. 그날 밤 폐하께서 제 목숨을 살려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이번 전장에 나설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세운 공은 마땅히 폐하의 몫인 줄로 아옵니다.’ 이렇게 말하고 장수는 무릎을 꿇고 왕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좌중을 주도하는 리더십과 순간 기지를 발휘하는 안목과 지혜, 그리고 허물을 감싸주는 왕의 너그러운 배려가 신하들의 충성을 이끌었습니다. 그날 왕이 그 신하를 벌하였다면 전쟁에서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할 신하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초 장왕은 춘추 오패 중에 한 축을 담당하는 역사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지혜의 근원이신 예수께서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시어 잔치에 참여하신 것은 무한한 용서의 행동입니다. 그 효과가 전 인류에게 오래도록 미쳤습니다. 예수께서 주님이시라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잠시 작은 나라에 영향을 끼쳤던 초 장왕의 배려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러나 생명을 구하였고 그 혜택을 받은 당사자에게는 목숨을 바쳐 따르겠다는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혜는 행동하는 지식입니다. 머리에 머물다가 시의적절 하게 몸으로 우러나와 생물과 같은 존재로 탄생합니다.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생동감을 공급하는 삶의 원천이 됩니다.

 

모든 지혜는 주님에게서 오고 영원히 주님과 함께 있다. 지혜는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창조되었고 명철한 지각도 영원으로부터 창조되었다. ” (집회 1,1.4)

 

우리도 더는 혼자가 아니라 행동하시는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체험을 한다면 이웃에게 우리의 신앙을 목숨처럼 증거 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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