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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은 이들의 시대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1 조회수1,123 추천수4 반대(0) 신고


 

작은 이들의 시대

 

- 윤경재 요셉

 

“‘보라, 내가 네 앞에 나의 사자를 보낸다. 그가 네 앞에서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마태 11,10~11)

 

 

 

이솝우화 개미와 꿀벌에서 개미와 꿀벌이 누가 더 현명하고 부지런한지를 다투다가 아폴로 신에게 판정을 부탁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폴로 신은 개미의 조심성과 선견지명을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의 노동에 의지하지 않는다며 개미를 칭찬하면서도 정작 꿀벌의 손을 들어줍니다.

 

개미야, 네게서 이익을 얻는 것은 오직 너 하나뿐이다. 다른 어떤 생물도 네가 비축한 부의 일부를 공유하지 못한다. 반면에 꿀벌은 기특하고 정교한 노력으로 세상에 축복이 되는 것을 만들어낸다.”

 

현대 독일 신학자 요한 밥티스트 메츠는 이제 교회는 더 이상 위대한 예언자들의 시대도 아니요, 위대한 성인들의 시대도 아니다. 탁월한 신학자의 시대는 더욱 아니다. 교회의 시대는 바야흐로 작은 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점차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는 시대, 곧 작은 예언자들의 시대요, 작고 이름 없는 성인들의 시대이다. 이런 의미에서 바닥의 시대인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현대 교회는 위대한 지도자의 시대가 아닌 작은 이들의 시대로서 평신도들의 적극적 참여가 교회와 세상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작금의 교회가 직면한 과제와 그 원인이 몇 가지로 파악되지 않는 다원적이며, 교묘한 방법으로 침투해 오는 악마의 세력에 각자가 나서서 방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메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년병으로 끌려 나갔다가 어린 동료 소년병들이 아무 죄 없이 죽어가는 모습과 포로수용소 아우슈비츠의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광경을 목격합니다. 이런 경악할 만행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으려면 소수의 예언자적 목소리도 필요하지만, 인간 개개인이 하느님 말씀과 자신의 양심으로 성찰하여 이런 가공할 명령에 반기를 들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항하는 사회적 차원의 공동체적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현대에도 작은 이들이 살아가는 데 점점 가혹한 구조가 되어 갑니다.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는 실업은 이제 도를 넘어섰고, 수입이 없는데도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줄어들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항입니다.

 

그동안 교회와 신학이 개인의 정신적 초월 문제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역사적 사회적 차원의 접근을 소홀히 해왔다는 반성에서 메츠의 선언이 출발하였습니다. 신앙의 공동체성을 향한 움직임을 이루는데 작은 이들의 각성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며, 교회는 그런 운동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입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 선언을 통해 이런 움직임에 사상적, 사목적 지원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제 평신도는 단순히 사목 대상이 아니라 교회 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그리스도 사제직, 왕직, 예언직 수행에 적극 동참하여야 할 때라고 공의회 문헌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하늘 나라를 닮으려, 지상의 나그네라고 부르는 교회에 작은 이들이 가득 차게 되는 것은 구성원 스스로 작은 이라 여기고 서로 도우며 손잡을 때 가능하다는 성찰에서 나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청년들에게 현대의 시류에 거슬러 연대할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이제 교회도 부지런한 개미보다 꿀벌들의 공동체가 되어 자신과 세상에 축복이 되는 것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꿀벌처럼 작은 이들에게도 무엇인가 서로 나누고 도우며, 생산해 낼 수 있는 은사를 각자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차동엽 신부님은 개인이 은사를 발굴하는 법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첫째 재밌어 하는 것이 은사다. 둘째 고유한 성품이 은사다. 셋째 경험이 은사다.

 

무엇이든 자기가 재밌어 하는 것을 개발하면 그것이 은사가 된다.’

 

교회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성격은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많은 색깔과 무늬로 하느님 빛을 반영한다. 불뚝 성질이 있는 사람은 정의구현에서, 온유한 성품의 사람은 상담에서 은사를 발휘할 수 있다.’

 

가족 경험, 교육 경험, 직업 경험, 영적 경험들, 교회 활동, 고통 등을 잘 갈무리해 두면 그것이 은사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상처의 경험도 은사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작은 이들이 협력하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각자의 은사를 감추어 두거나 개인적 자랑에 쓰지 말고 공동체와 사회로 환원하는 데 써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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