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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결정을 내려야 할 때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4 조회수1,524 추천수11 반대(0) 신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 윤경재 요셉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루카 7,18~23)

 

 

 

 

체코의 토마스 할리크 신부는 하느님은 가능성을 보여주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불타는 떨기나무를 통해 모세에게 나타나신 하느님께서는 네가 가서 내 백성을 이끌어 내라.’라는 임무를 수행한다면 나는 너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할리크 신부는 해석합니다. 만약 네가 거절한다면 저 바위로 사람을 만들어 쓰시겠다는 의미도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가능성으로 오시는 분이고,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느님께서 제시하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신앙이다.’

 

우리는 결정함으로써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어리석게도 종종 반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께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도와달라고 기도하곤 합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겁내하는 것입니다.

 

할리크 신부는 우리가 영혼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따를 때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친밀하신 도움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우리가 내린 결정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형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내 현재 모습은 과거에 내린 결정의 결과인 셈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감옥에 갇혀 예수께서 활동하시는 내용을 직접 목격할 수 없었고 소문으로만 들었습니다. 이제 자신은 조만간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자 자기 사명의 마무리를 짓고 싶었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서 살아왔던 지난 시절이 헛되이 사라질까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제자를 예수께 보내어 꼭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오실 분이 맞는지 아닌지. 이는 요한이 결정을 내리길 주저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응답하신 내용을 보면 확실한 결정을 속 시원히 내려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여전히 요한에게 스스로 결정을 내리라는 요청을 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겨 나옵니다. 여전히 정황적 주변 이야기를 통해 결정을 내려 보라는 요청 뿐입니다.

 

심부름 나온 요한의 제자들이 먼저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따라 스승에게 가서 사실대로 전하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사족처럼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라는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이 말은 어쩌면 지금의 우리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사람은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납니다.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그 가능성들을 선택하여 자신의 모습으로 갖춰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선택한 결정으로 책임을 지게 되거나 때로는 곤경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예전의 자신과 결별하고 또 다른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불편해 합니다. 가능한 대로 많은 가능성을 그대로 열어놓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앞 둔 세례자 요한은 지금 벼랑 끝에 서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자신이 그렇게 유다인들에게 요청했던 선택의 순간이 자신에게도 닥쳐온 것입니다. 뒤로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 없는 백척간두에 선 것입니다.

 

그동안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우리가 느꼈던 답답함도 결국 우리 자신에게 들이미는 벼랑 끝에 선 모습 때문에 그렇게 다가온 것이 아닐까요? 숫제 속 시원히 내가 메시아라고 대답해 주셨으면 지금 우리도 진실을 훨씬 편하게 받아드렸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나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결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모든 가능성을 선물로 열어 주실 뿐, 최종 결정까지 내려주시어 우리를 자동인형으로 전락하게 하지 않으십니다.

 

이제는 우리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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