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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연주할 악보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7 조회수1,374 추천수7 반대(0) 신고



 

우리가 연주할 악보

 

- 윤경재 요셉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그리하여 이 모든 세대의 수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가 십사 대이고,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가 십사 대이며,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십사 대이다.” (마태 1,1~17)

 

 

 

 

예수님의 족보에 나오는 이름들을 감상하듯 천천히 음율에 맞춰 소리내어 읽으면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 듯합니다. 또 미켈란젤로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하느님께서는 족보에 나오는 각 사람을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만드시고 하나의 완성된 음악을 작곡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거대한 돌덩어리를 가지고 생명이 숨 쉬는 조각 작품을 쪼아 만드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모차르트는 하나의 음악을 작곡할 때 모든 음표의 악상이 한꺼번에 떠오른다고 합니다. 첫 음에서 마지막 음까지 동시에 뇌리에 새겨진다고 합니다. 어떤 주제와 변주과정을 거칠 것이며 어떤 하모니로 연주될지 한꺼번에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작곡하였답니다. 나중에 그 소리를 듣고 악보에 옮겨 적기만하면 됐다고 합니다. 그는 머릿속에서 들리는 선율보다 오선지에 음표를 그대로 옮겨 적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걸려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또 대부분의 지휘자는 긴 교향곡을 암보하여 지휘합니다. 그래야 음악다운 음악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도 가끔 그런 체험을 합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처럼 귀에 익은 악장은 시작 초반 몇 음만 들어도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고 어떻게 끝맺음할지 압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할 때 돌덩어리가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어서 자신들 안에 감추어진 진짜 모습을 꺼내 달라고 돌들이 애원하는 소리를 듣는답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위대한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덧붙은 돌을 깎아내는 일을 할 뿐이라고 늘 말했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숨겨진 진실을 쪼아냈을 뿐이라는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악보에는 작곡가의 느낌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음악이 재생되기를 바라며 작곡가는 혼을 기울여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습니다. 악보를 매개로 하여 연주하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작곡가와 교류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될 때는 삼위일체의 모습이 재현되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하나의 음악을 들을 때 통으로 완성된 작품을 떠올리듯 예수님의 족보와 성모 마리아의 잉태를 들으면 하나의 완성된 음악 작품이 떠오릅니다. 음악이 완성되기 위해 고저장단과 선율을 갖듯, 각 인간의 삶도 고저장단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믿음과 다윗의 신실함과 바빌론 유배는 마리아의 잉태를 통해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우리의 눈과 귀는 이 작품을 온전히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우리도 족보라는 악보를 가지고 하느님께서 작곡하신 음악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작곡가가 의도한 대로 연주하고, 또 음악답게 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같은 악보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때로는 소음으로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을 받아 눈물짓기도 합니다. 훌륭한 연주를 들으면 우리는 음악 일부분이 되었다는 공감을 받습니다.

 

내 자신이 살아 숨 쉬는 것도 주님께서 작곡하신 음악의 일부분입니다. 하느님께서 지으신 교향곡 작품 속에 하나의 음표가 되었음을 알겠습니다. 우리의 심장 박동 소리는 창조와 종말 사이에서 시공간에 울려 퍼지는 음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나의 음표가 서로 이웃한 음과 조화를 이루며 위대한 음악 작품을 완성하듯 우리도 그리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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