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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18 주일/ 역사를 뚫고 오시어 변형시키시는 신비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7 조회수1,504 추천수3 반대(0) 신고




가해 대림 4주일, 마태 1,18-24(16.12.18)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마태 1,24)













역사를 뚫고 오시어 변형시키시는 신비

오늘 제 1독서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남왕국 유다는 강대국 아시리아와 그에 맞선 동맹군 사이의 전쟁 중에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721년 북왕국 이스라엘은 멸망하고 유다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하즈 왕은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이사 7,11)는 말씀을 듣습니다. 그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구원의 손길을 청하라는 것이었으나 그는 청하지 않습니다(7,12).

아하즈 왕은 그렇게 하느님의 손길을 거부해버렸습니다. 하느님의 구원경륜은 인간역사의 틀과 일정한 장소나 시간, 특정한 사건 어디에도 갇혀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역사를 품어 변형시키는 궁극적인 힘입니다. 인간의 불의와 고통이 드러나는 그 역사를 관통하여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구원경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구체적인 삶의 순간마다 하느님의 구원의 손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오늘 복음의 요셉의 역할과 태도를 되새기며 혼란스럽고 불안한 삶의 한복판에서 나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겠습니다.

구세주의 탄생을 예고하는 오늘 복음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요셉의 역할입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의로움은 율법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드러나는 의로움과는 차원이 달랐지요. 그는 약혼녀 마리아가 같이 살기도 전에 잉태한 것을 알고는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합니다(마태 1,18-19).

그런데 요셉은 주님의 천사에게서 마리아가 잉태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하느님의 구원경륜과 관계를 맺는 요셉의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의로움이 아니라 하느님의 의로움에 의탁한 것입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나 불의 앞에서 자기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항변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 것이 요셉의 방법이었습니다. 구원경륜과 관계를 맺는데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개입하시도록 여백을 드리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추구한다면서 얼마나 자주 나의 뜻을 내세우는지 모릅니다.

요셉이 지녔던 또 다른 의로움의 자세는 하느님의 음성을 따르는 받아들임입니다. 이 세상의 현실, 인간역사를 하느님의 의로움으로 바꾸는 것은 의로움이신 하느님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길 밖에 없습니다. 요셉은 그렇게 당시 사회질서와 율법에 비추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묵인한 것이 아니라 침묵 가운데 하느님의 뜻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요셉의 의로움은 단순한 불의의 거절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동참을 통해서 실행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는 그렇게 고상한 신비스러움이나 추상적인 관념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요셉처럼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여 자신을 사랑의 신비의 일부로 내놓을 때 가능한 것이지요.

오늘도 성 요셉처럼 하느님의 의로움에 의탁하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받아들이며, 사랑으로 다른 이들과 이 사회의 구체적인 고통에 동참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역사의 주인이신 주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 역사를 뚫고 오시어 생명과 참 기쁨으로 변형시켜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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