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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성모님과 성탄)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8 조회수1,129 추천수1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성모님과 성탄"

칠흑 같은 밤길을 몇 시간 동안

홀로 걸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그것도 한겨울 폭설이 내린

산 능선 길을, 물도 비상식량도

없이 쫄쫄 굶어가며.

등산을 좋아하는 저는

산 정상에만 도착하면

마구 솟아오르는 공연한

객기로 인해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냥 편하게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면 좋을 텐데,

아직 가보지 않은 길,

눈앞에 펼쳐지는 굽이굽이

멋진 산 능선이 언제나

큰 유혹거리였습니다.

 언젠가 오후 두시에 시작된

미지(未知)의 하산 길 산행은

새벽 1시가 되서야

겨우 끝났습니다.

동사(凍死)에다가 객사(客死)

위기를 겨우 넘기고

 탈진 상태에서

외딴 민가에 도착했습니다.

 너무나 목이타고 허기가 진

나머지 체면불구하고

생면부지의 민가

문을 두드렸는데,

깊은 잠에 빠져있던 노부부는

저를 보고 처음에는

 간첩인가 했더랍니다.

그때 얻어먹은 뜨거운 라면

한 그릇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성탄을 앞두고 아기 예수님

탄생 과정을 묵상하다보니

제 무모했던 하산 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성모님께서도

아기 예수님 탄생과

관련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셨더군요.

출산을 목전에 둔 성모님과

요셉 성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로부터

 칙령 하나가 반포되었는데,

그 누구도 예외 없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호적 등록을 하라는 것입니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예외도 필요한 법입니다.

출산을 목전에 둔 임산부에게는

유예기간을 줬어야 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를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장거리 여행이나 스트레스꺼리를

피하는 것이 상식이며 따뜻한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출산을

준비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아기 예수님의 출산을 불과

몇 주 앞두고 험난한 장거리

여행길에 오르십니다.

나자렛에서 베틀레헴까지의

결코 만만치 않은

 여행길이었습니다.

오늘날이라면 반나절이면

도착할 길이지만 당시로서는

무시 못 할 거리였습니다.

그렇게 만삭의 성모님께서는

 멀고도 험한

 여행길에 나선 것입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께서

그 특별한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은

 엮으면 아마 소설

몇 권으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사가들을 이 부분에

대해서 철저하게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말이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여러 사건들 앞에

성모님께서는 이렇다

저렇다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길 떠나라

하시면 떠났습니다.

돌아가라 하시면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자기 낮춤이요

경탄할만한 겸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세주로 이 땅에 오신

 귀하디귀한 아기 예수님이요,

가장 큰 배려와 존중을 받아야 할

성모님이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

구세주의 출산을 목전에 두고

 성모님께서는 그 어떤 특혜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만삭의 임산부셨던

성모님께서는 그 어떤

예외 적용도 원치

않으셨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바겠지,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묵묵히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성모님의 무모한 장거리 여행,

그 배경에는 성모님의 지극한

겸손과 목숨까지 내건

하느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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