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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 성령께서 하시는 말씀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9 조회수961 추천수6 반대(0) 신고

 

지금 성령께서 하시는 말씀

 

- 윤경재 요셉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루카 1,13~20)

 

 

 

어려서 큰 사고로 꼽추가 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17세가 되기까지 집 밖에 나가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얼마나 자기 몸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지 부모도 딸을 학교에 보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7세가 되던 해에 그 집을 찾아온 수녀님의 설득으로 처음 성당 피정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강사인 신부님께서 마침 성령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시간을 20여분 정도 드릴 테니 모두 밖으로 나가십시오. 이 성당 마당이든지 산이든지 어디든지 나가서 지금 성령께서 여러분 각자에게 무엇을 깨닫게 해 주시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십시오. 그리고 다시 들어오십시오.”

 

사람들의 무리에 파묻혀 꼽추 소녀도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시원한 나무 그늘과 양지 바른 성당의 마당 등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그러나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는 소녀는 자연히 사람이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찾다가 한적한 곳에 앉게 되었습니다. 앉고 보니 쓰레기통 바로 옆이었습니다.

 

자신은 어딜 가나 쓰레기처지 밖에 못 된다는 생각에 소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 소년이 오더니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것입니다. 소녀는 용기를 내어 난생 처음으로 모르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 소년은 캔이나 종이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그래, 그 캔과 종이를 어디에 사용하느냐 물으니, 그것들을 팔아 편찮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약값에 쓴다고 합니다.

 

그 순간 꼽추 소녀는 무언가가 머리를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성령께서 자신을 이끌어 주신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 저 쓰레기통에 버려진 캔이나 종이 같은 쓰레기도 다 쓸모가 있구나! 그렇다면 나처럼 쓰레기 같은 인생도 쓸모가 있겠구나! 저 쓰레기를 팔아서 노인들의 약값을 댈 수 있다면 나처럼 쓰레기 같은 꼽추도 병들어 누워 있는 사람을 위하여 약이 될 수 있겠구나.’

 

꼽추 소녀는 큰 결심을 한 뒤 성당에서 운영하는 양로원에 들어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목소리는 뜻밖의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아마도 이 꼽추 소녀는 평소에 하느님께 수없이 많은 기도를 드렸을 겁니다. 자기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을 것이고 낫게 해달라고 매달리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다 지쳐 만사를 포기하고 싶었던 날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무엇인가 응답이 내리기를 학수고대 했을 겁니다.

 

성당 수녀님이 가정 방문을 오신 계기로 소녀는 피정에 참석해 성령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두 소녀가 마음을 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어느 정도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다 싶을 때 비로소 찾아오십니다.

 

즈카르야도 수십 년 동안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때가 무르익지 않아 결정적 응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즈카르야는 이제 지쳐 그만 포기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막상 성령께서 찾아오시자 그는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자기가 무엇을 청원했는지 깜박 잊을 정도였습니다. 아들을 원한다고 해서 아들을 선물로 주시겠다는데 얼른 고맙다고 받아들여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리석게도 하느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즈카르야는 더 헛소리 못하게 잠시 벙어리가 되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자기가 가브리엘 천사를 만나 아들을 갖게 되리라는 예언을 받았다고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녔을지도 모릅니다.

 

성모님처럼 침묵하는 은총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즈카르야는 절실하게 체험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때가 무르익기 전까지는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다가 결정적 순간이 되면 우리에게 말씀을 주십니다. 우리가 그 말씀을 듣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가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있습니다. 그때 불현 듯 성령께서 이미 다녀가셨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때에 오셔서 나를 움직이셨고 나를 주님께 향하도록 이끄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어렵사리 풀려갈 때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여러 본당에 다니며 성경 봉사할 때 늘 제 자신의 부족함을 깊이 느꼈으나 가장 보람찼던 때라 생각합니다. 그때마다 조금씩 변화되는 저와 교우들을 보면서 성령의 역사하심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면서 수녀님 부탁으로 겁없이 성경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바로 깨달았습니다. 그저 배운 것을 전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한 해 두 해 지나며 얻은 귀한 체험이 쌓여갔습니다. 자유로운 질문 시간과 묵상 나누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막상 자신을 열어 보이는 데 걸림돌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피상적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결국은 봉사자가 마음을 열고 성모님의 겸손과 침묵, 기다리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최선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다들 깊은 속내를 털어내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거듭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체험만으로도 저는 성령의 은총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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