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소울메이트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21 조회수931 추천수6 반대(0) 신고

 

소울메이트

 

- 윤경재 요셉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루카 1,42~45)

 

 

 

 

어린 마리아의 배가 불러 오자 함께 살던 마을에서 모두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마리아를 두고 쑥덕공론하는 모습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 갔습니다. 그러자 마리아의 부모님은 대책을 생각하였습니다. 마리아의 사촌 엘리사벳도 임신 중이라 떠올리고 그녀를 멀리 유다 지방으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둘이 함께 지내면 의지가지도 되고 속 끓일 일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간관계를 새롭게 맺음으로 인간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그랬습니다. 약혼만 한 상태에서 임신한 마리아나 남편이 나이가 많은데 애를 밴 엘리사벳 모두 주위에서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습니다. 서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둘은 금세 소울메이트가 되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라도 터놓고 나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여러 가지로 위기와 실패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든지, 취직시험에 낙방하였다든지, 승진에서 누락되는 등 실패를 체험하게 됩니다. 또 결혼문제, 진로선택, 사업곤란 등 위기에 빠집니다. 실패와 위기의 순간에 빠지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피게 됩니다. 응원의 손길을 기대합니다. 그러고는 아무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낙담하여 움츠러듭니다.

 

주위 사람들 반응은 3가지로 나뉩니다. 이때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적인지 판가름 나게 됩니다. 대부분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데 그런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거나, 알더라도 인생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야라고 하나마나한 충고를 합니다. 두 번째는 내가 그럴 줄 알았다며 냉정한 판단과 평가의 말을 던집니다. 이런 사람은 속을 확 뒤집어 놓기까지 하죠. 소수의 몇몇 사람만, “괜찮아? 힘들지.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라고 공감과 배려의 언어를 건네고 실제로 나서서 시간을 함께 보내주며 도움을 줍니다. 이들이 진정한 친구입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기에 닥친 그 사람이 편안하게 느끼며 즐거워하는 일을 하게 이끌 줄 압니다.

 

삼수생 현식은 어려서 공부를 곧잘 했습니다.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나름대로 과외도 열심히 하고 특히 수학과 과학 과목에 매달렸지만, 어느 한계까지만 성적이 오르고 나서 정체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럴 때 초등학교 시절부터 낙서처럼 그렸던 만화 주인공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나 친구 누구도 현식이가 만화에 소질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라고 재촉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질을 계발할 기회조차 못 얻었습니다. 현식이도 본격적으로 자기가 만화가가 되면 성공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조차 몰랐던 것입니다.

 

오직 중학교 친구 병호만 무서운 것을 무섭게 그린현식의 괴물 그림을 이해했습니다. 현식의 복잡한 내면을 본능적으로 읽은 겁니다. 그러고는 너야 말로 훌륭한 화가가 될 거라고 자주 말해 주었습니다. 현식은 삼수생이 되자 비로소 자신이 미술에 소질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부모 몰래 화실에 등록해서 다녔습니다. 남보다 늦게 시작해서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림 그리는 시간만큼은 온갖 시름을 잊고 행복했습니다.

 

위기와 실패에 맞닥뜨린 사람의 태도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위기와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서 절망 상태에 빠져 오래 머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내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스트레스나 역경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해 인정받을 만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복원력이 높다고 표현합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보리스 시릴뤼크는 이 복원력의 배경에는 모순어법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숭고한 어두움, 생의 눈부신 불행, 썩는 거름 위에 홀로 핀 장미등 같은 모순된 언어를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것입니다. 복원력이 큰 사람들은 비록 충격 받은 마음의 한 부분은 파괴되었지만, 아직 성한 부분을 소중하게 보호하면서 절망의 에너지를 동원해 숨어 있는 행복과 희망의 요소들을 끌어 모은다고 합니다. 모순어법을 통해서 삶의 위기와 고통을 비껴 갈 수 있는 유머와 여유를 찾게 됩니다.

 

반대되는 요소들을 통합하는 심리적 유연함이 탄력성이 되어 시련을 이기는 복원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처녀가 애를 배었어도 비난은 커녕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말하는 엘리사벳이나 마리아의 응답은 모순어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얼마나 위대한 복원력의 소유자인지, 또 모순어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이런 면에서도 영혼이 통하는 소울메이트였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