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삶에 지친 몸을 이끌고 차분한 준비를 / 성탄 4일전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21 조회수991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다림'밖에 없다. 가진 것 없이 살 이유도 찾지 못하는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은 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고도(Godot)를 기다린다. 그가 누구인지, 또 언제 올지 모르면서도. 구원자일 거라는 추측만하나 단정은 못한다. 그들은 고도가 오지 않자 나무에 목을 매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끈이 끊어져 실패했다. 그때 블라디미르가 내일 목을 매자기에, 에스트라곤이 "만일 온다면?"하고 묻는다. 블라디미르가 "구원되는 거지."라고 답한다. 그들은 간절히, 더 오랫동안 구원해 줄 고도같은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처럼 인간은 나약하고 불안한 존재이다. 때로는 어려움이나 고통을 되도록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자신의 고통을 다른 이에게 드러내는 것을 약한 모습이라고 여기기에. 그래서 고통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가끔 행동한다. 힘든 일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 감당할 경우 어떤 때는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주리라. 또한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혼자 감당하려 할 때 외로움과 슬픔은 더욱 깊어질게다.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39-45)’

 

성모님께서는 유다 산골에 사는 엘리사벳을 찾아가셨다. 늦둥이를 잉태한 엘리사벳과 달리 마리아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기를 잉태한 처지이다. 그러니 기쁨은커녕 불안과 초조함으로 숨도 크게 쉬지 못했으리라. 그런 마리아를 엘리사벳은 따뜻하게 위로한다. 두 여인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게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하면서 자신들의 어깨에 지워진 짐의 무게를 나누었으리라. 그렇게 두 여인은 유다 산골에서 서로를 버텨 주고 용기를 주는 새로운 삶의 버팀목을 찾았다. 이 사촌 간의 우애로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얼마나 따스한 위로인가?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 가득 찬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은 큰 힘이 되었을 게다. 사실 내가 어려울 때, 누군가 내 곁에 있어 주면 얼마나 힘이? 우리도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해 주어야만 할게다. 내가 다른 이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된다면 나는 더 큰 힘을 받으리라. 고통이나 슬픔, 병이나 연약함은 혼자만이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다. 고통이나 약함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우리는 고통이나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 ‘사람 인’()이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두 사람이 기대는 모습이다.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우리는 고독한 섬이 아닌 어쩜 어우러져 사는 이들이다.

 

우리도 때로는 삶에 지친 몸을 이끌고 휴식 공간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믿음의 사람이 가끔 찾는 피정이다. 조용한 곳에서 묵상을 하며 그분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가 그리워 질 때에 그 누군가를 만날 수 있도록 여유가 있는 삶을 준비하자. 오늘을 사는 우리는 가끔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지난 일들을 묵상해보고 다가올 일들을 차분히 준비하는 시간을 만들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려고, 인간의 몸을 취하시어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는 성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엘리사벳,고도를 기다리며,유다 산골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