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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성탄, 이보다 더 큰 사랑의 표현이 어디에?)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24 조회수817 추천수2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성탄, 이보다 더 큰 사랑의

표현이 어디에?"

 바닷가 공동체 형제들과

가끔씩 가는 특별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곳은 다른 곳과 달리 단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갈 때 마다 생기는 상당한

어획고에 회쳐먹고 구워먹고 ...

공동체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낚시터에는

누군가가 유기하고 간 두 마리의

애완견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때 누군가로부터 귀염 많이

받았을 작고

예쁜 애완견들이었습니다.

 두 마리가 크기는 똑같은데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음식을 던져주면

항상 기다렸다가

 한 녀석이 먼저 먹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녀석은

기다렸다가

 나중에야 먹었습니다.

 신중하고 의젓한 행동을 보아

나중에 먹는 녀석이

어미 같았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아무도 없는

외진 바닷가 낮은 언덕 위에

대충 기거하는 녀석들이었습니다.

인기척이 나면 낚시터로 내려

낚시꾼들이 던져주는 음식으로

겨우겨우 연명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두 녀석을 바라보니 참으로

가엾고 안쓰러웠습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저러다가

얼어 죽거나

굶어죽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형제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녀석들을 먹이로

잘 유인해서 잡아다가

공동체로 데리고 가서

잘 돌봐주면 좋겠다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녀석들이 손앞까지는 다가오는데,

절대로 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아마 누군가로부터 한번 버림받은

녀석들이라 그렇게 경계심이

생겼는가봅니다.

백방으로 노력해도 손끝에서

사라지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다들 크게 안타까워했습니다.

 잡힐 듯 잡힐 듯 안 잡히고

자꾸 도망가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제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강아지가 되었더라면.”

그러면 “강아지 대 강아지로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녀석들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우리의 의도가

전달되었겠지요.

 “왈왈, 너희들 왜 여기 있어?”

“왈왈, 응, 우리 주인이

개 사료 값도 오르고 키우기

힘들었던지 여기다 버리고 갔어.”

 “왈왈, 그래? 우리는

 저 태안반도 위쪽에 사는데,

알고 보면 좋은 사람들이야.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너희를

데리고 갔으면 해서.

너희들 살 집도 마련해놨어.”

“왈왈, 그래? 정말 고마워!”

 또 다시 성탄입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처지를 버리시고 작은

갓난아기가 되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놀라운

성탄의 신비입니다.

 수많은 교부들과 신학자들이

 성탄의 신비를 이해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 누구도

손에 잡힐 듯이 명쾌한 설명을

 내어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성탄은 신비롭고

특별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들어 아주 쪼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성탄의 신비를

이해할 듯 말 듯 합니다.

낚시터의 강아지들을 떠올려보니

조금 이해가 될 듯도 싶습니다.

유기된 두 마리의 강아지가

너무나 안타까워 도와주려고

다가갔지만 자꾸 도망가는

녀석들...보다 못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내가 강아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

죄와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처지를 보신 하느님이셨습니다.

배신과 타락, 우상숭배와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당신 백성들의

모습에 피눈물까지

흘리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하신 일이 숱한

예언자들을 보내고

착한 목자들을 보내셔서

당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완고해질 대로

완고해진 백성들 눈과 귀가

먼 백성들이 끝까지

듣지를 않았습니다.

끝까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뜻밖의

결정을 하셨습니다.

하느님 당신이 당신의 처지를

 버리시고 사람이 되시겠다고,

키 높이와 눈높이를 완전히

낮춰 인간과 마주보고

대화를 하시겠다고...이런

우리 인간을 향한 극진한

사랑과 측은지심의 결과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아닐까요?

 생각할수록 은혜로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

이보다 더 큰 사랑의 표현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놀라운 사랑의

대 사건 앞에 백번

천 번도 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꾸며낸

이야기나 전설이 아니라 진리요

역사적 사실임을

굳게 믿어야겠습니다.

성탄절의 주인공은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클로스나

먹고 마시며 즐기는 우리가

 아니라 오직 겸손의

극치를 보여주신

아기 예수님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비록 갓 난 아기로 오신

예수님이시지만 그분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계셨던

하느님 바로 그분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성탄절은 흥청망청 자본주의와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날이 아니라

하느님의 우리 인간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희생임을

간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참고로 우여곡절 끝에

두 녀석을 집으로 모셔와

수도자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녀석은 제집처럼

 익숙한 듯 잘 지내는데,

어미는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모르지만 하반신을 다쳐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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