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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25."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25 조회수1,096 추천수0 반대(0) 신고

요한 1,1-18(성탄 낮미사)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그분께서는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요한 1,1-2)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란 문장에 대해 오리게네스(185-254)는 원문에 따라 “말씀은 하느님을 향해 계셨다”로 직역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하느님과 함께 계시되, ‘옆에’(병렬)나, ‘속에’(종속하여) 함께 계신다기보다 하느님 ‘앞에’ 혹은 ‘면전에’ 계심으로써, 그분을 ‘향하여’ 함께 계심을 알려줍니다. 곧 하느님께서 어떻게 계시는지를 알려줍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가 계신 곳을 ‘향하여’ 끊임없이 방향을 맞추시면서 아버지 ‘앞에’, 곧‘면전에서 대면하고’ 서 계신다는 것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는 대면하고서 구체적으로 보고 듣고 있는 것이요, 주고 받고 있는 것이요, 인격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곧 ‘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곧 늘 아버지를 “향해 서 계심”을 알려주며, 관계로 계신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바로 여기에서 하느님의 자비가 흘러나오고 선사되고 베풀어집니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멍들고, 손길을 내뻗는 일이 생겨나고, 당신의 외아드님을 선사하게 됩니다.

 

‘향하여’ 있는 것은 또한 ‘위하여’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를 위하여 성자 그리스도를 보내시고, 그분은 죄인을 ‘위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놓으시고 .십자가를 지시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천사는 목동에게 말합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그렇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오셨고,낮은 곳의 작은 이들을 “향하여” 오셨습니다. 쉬지도 못하고 집 밖을 나와 야근하는 노동자들인 목동들에게 먼저 알려주셨고, 고향을 떠나 살던 이주민으로 방 한 칸 얻지 못해 떠도는 요셉과 마리아에게 탄생하셨습니다. 부

 

유하고 힘 있는 이들의 궁궐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마구간으로 오셨습니다. 가난하고 작은이들에게 평화의 건설자로 오셨습니다. 그것은 낮고 보잘것없는 곳에 내려온 평화입니다.

 

그야말로, 세상의 평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마음속에서, 평화의 생각들 속에서, 우리 각자의 일상 한가운데서, 가정과 일터에서, 이웃과의 관계와 수없이 많은 인간적인 만남들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 평화가 정치라는 더 큰 세계로 번져나갑니다.

 

그렇습니다. 밤의 어둠 속에서도 깨어있는 이들에게 평화는 전해집니다.

 

 

 

이는 우리의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곧 그리스도는 낮고 작은 곳을 “향하여” 계신 분이시고, 우리도 역시 그렇게 중심이 아니라, 변방을 “향하여” 있는 이들이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본질적으로 그리로 ‘향하여 있는 존재’(본 휘퍼)요, 그리로 ‘향하여 방향 지워진 존재’(아우구스티누스)요, ‘위타적 존재’(폰 발타살, 발터 카스퍼)여야 함을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향하여’ 계시니, 우리를 항상 당신 ‘앞에’ 곧 ‘면전에 서게’ 하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에페 1,4)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당신 “앞”, “면전에서”, 강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관상합니다. 빈 모습으로, 곧 하느님이신 자신의 모습을 비우시고, 아기의 모습으로 빈 구유에 오신 구세주를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를 “위하여” 오신 구원자이신 그리스도를 이 땅에 증언하여야 할 일입니다.

 

오늘 요한은 선포합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왔다”(요한 1,9)

 

“말씀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그렇습니다. 바로 오늘, 그리스도께서 새롭게 ‘당신 땅’에 오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십니다.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신 그 사랑의 기쁨에 참여할 기회를 주십니다.

 

그것은 참으로 우리에게 당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탄대축일에 심각한 불의와 부정과 기만과 부조화 속에 놓인 우리나라를 봉헌합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와 진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존중하면서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의 길이 열리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헌정이 지켜지는 민주의의에 대한 갈망을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아기예수님의 손에 맡겨 드립니다.

 

 

 

이렇게 기도할 수 있음은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인간존재로부터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존재를 통해 구원하시는 까닭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세상에서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오신 까닭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그분을 통해 구원받았기 때문입니다(요한 3,17 참조)

 

이토록 놀랍고 경사로운 오늘이, 바로 구원자의 그 기쁜 성탄일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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