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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깨진 사금파리 한 조각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27 조회수2,247 추천수13 반대(0) 신고

 

깨진 사금파리 한 조각

 

- 윤경재 요셉

 

 

 

 

언젠가 읽은 미국 여류작가의 글이 생각납니다.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유품 중에서 아주 보잘것없는 사금파리 한 조각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작가 어머니는 늘 사랑이 넘치는 분이셨는데, 어느 날 이웃 집 부인이 저녁 식사 시간에 놀러 왔습니다. 마침 식탁에 들른 그녀는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오늘 손님을 초대 했어요? 이렇게 좋고 멋진 접시들이 나와 있네요. 아주 고급제품이군요.’

아닙니다. 저는 늘 우리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 제일 멋진 식기를 꺼내 놓고 쓰지요. 제게 가족은 누구보다 특별하니까요.’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이 귀한 접시가 깨지면 어떻게 하죠?’

깨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접시가 깨지고 이가 빠진들 무슨 대수겠어요?’

더군다나 이가 빠진 접시라도 나름대로 사연을 담고 있어서 나중에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죠.’

 

그 아주머니는 어머니의 속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 빠진 접시 하나를 들어 보이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갑니다.

 

이 접시에 이가 빠진 게 보이죠? 내가 열일곱 먹었을 때 일입니다. 어느 가을 날 오빠가 어느 청년을 일꾼으로 채용했는데 아주 남자답고 잘 생긴 사람이었죠. 그가 일하는 모습을 언뜻 보았는데 그만 첫 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오빠도 마음에 들었는지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를 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오빠가 내 옆 자리에 그 건장한 청년을 앉게 했죠. 저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숨이 다 막힐 정도였습니다.’

어쨌거나 그 사람이 나한테 음식을 덜어 달라고 접시를 내밀었는데 난 너무 긴장되고 떨리고 손에 땀까지 나는 바람에 그만 그 접시를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제 얼굴이 홍당무처럼 발갛게 되어 버렸죠. 그러나 그 남자는 오히려 저더러 어디 다친 데 없느냐고 물어 왔답니다.’

 

이 접시는 찜 냄비에 부딪쳤는데 그만 한쪽 이가 빠지고 말았죠.’

 

엄마의 이야기에 무덤덤하게 듣던 아줌마가 반문합니다.

나 같으면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군요. 그런 큰 실수를 했으니.’

 

아니죠. 오히려 그 반대죠. 일 년 뒤에 나는 그 멋진 남자와 결혼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접시를 볼 때마다 난 그이를 처음 만났던 그날 숨 막히던 생각이 생생히 난답니다. 물론 우리 그이도 이 접시를 아주 좋아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그 아줌마는 아무런 감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옆에 있던 어린 내가 그릇장에서 접착제로 붙인 접시를 꺼내 보였습니다.

 

! 이 접시는 말이죠. 우리 아들 마크가 병원에서 막 태어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깨진 것이랍니다. 그 날은 어찌나 춥고 바람이 세게 불던지.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글쎄 힘들어하는 나를 도와주려고 접시를 싱크대로 나르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죠.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곧 저에게 말했죠.’

 

저건 깨진 접시에 불과해. 깨진 접시 하나 때문에 엄마를 돕고자 했던 우리착한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또 새 식구가 들어 온 날 아닌가? 이 행복을 망쳐 놓을 수 없어. 이렇게 속으로 말했죠.’

 

사실 그 후에 그 깨진 접시 조각을 맞추느라고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작가의 어머니는 모든 것에 추억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자는 어머니 화장대 서랍 안에 있던 낡은 보석함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보석함은 자신이 가끔 엄마처럼 손가락에 반지도 끼어 보고, 목걸이도 해보던 엄마의 보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상자 아래 칸에 깨진 사금파리가 곱게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아빠와 첫 대면에서 떨어져 나온 접시의 조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 그것이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그날 비로소 그렇게 멋진 사연이 담겨있는 보물인줄 처음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작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남은 자매들이 어머니의 추억이 서린 보잘것없는 보물들을 나누어 가졌는데 자기는 기꺼이 그 사금파리 조각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 사금파리 조각은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며, 어머니께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시는 시금석이었다고 합니다. 인생에서 어렵고 고통스런 순간이 오면 그 사금파리 조각을 꺼내어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소중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서 자기에게까지 전해 오는 온기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도 언제나 어머니에게서 받은 그런 사랑을 자식들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전해 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깨진 사금파리 조각이 그녀에겐 이 세상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값진 보물이었습니다.

 

열두 제자들에게도 스승이신 예수님의 사랑이 몸속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아주 사소한 기억을 통해서도 예수의 깊은 사랑을 기억하며 그 말씀을 지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사랑의 힘이 제자들 안에서 되살아나 다른 형제들과 이웃에게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사도 요한은 열두 제자 중에 나이가 제일 어렸고 심성이 겸손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스승 예수님에게서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도 자식을 키우다 보면 특별히 애정이 더 가는 자식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해 보살핌을 더 주어야 하는 아이이거나 부모에게 살갑게 구는 자식일 때 더 손길이 갑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을 받아들일 만한 그릇의 크기가 넉넉하다는 점입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사랑을 이끌어 내어 사랑을 주고받는데 특별한 재주가 있습니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태도가 온몸에서 흘러나옵니다.

 

사도 요한은 특별히 예수님께 받은 사랑의 가치를 알아보았습니다. 사도 요한은 주님께 받은 사랑 덕분에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라고 체험에서 우러나온 선언을 분명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사도 요한은 이런 사랑의 정신을 특히 강조하여 우리에게 주님의 뜻을 올바로 전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을 막연히 종교적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분으로 더 가까이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아주 사소한 사랑의 기억마저 소중히 기억하고 지킨다면 그 사랑이 우리 안에서 되살아날 것입니다. 하물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은 너무나 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먼저 첫 세례 때나, 묵상 중에 그리고 성령 체험과 같은 그 사랑의 기억부터 잊지 말고 지킨다면 아버지와 그 아드님 그리고 성령께서 우리 안에 오셔서 사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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