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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당신은 누구요?" -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02 조회수1,177 추천수2 반대(0) 신고

요한 1,19-28(주님 공현 전 월)

 

 

 

우리는 주님 공현 전 주간을 맞이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요한의 자기증언입니다. 광야에 살면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베풀고 있던 요한은 예루살렘에서 온 사제들과 레위 인들에게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누구요?”(요한 1,19)

 

 

 

이 질문은 단순히 요한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곧 그리스도 메시아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입니다. 곧 “그리스도와 당신의 관계는 무엇이요?” 라는 질문입니다.

 

 

 

요한은 그분과 관련하여, 자신의 신원을 부정과 긍정을 통해 고백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요한 1,20).

 

“나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23).

 

 

 

요한처럼, 우리도 구세주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단지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증거 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혹 우리가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증언하고 증거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혹 우리가 그리스도를 스승이나 주인으로 따르기보다 자신을 스승이나 주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고 자신을 존경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스승이 아니라 제자이고, 앞서가는 자가 아니라 뒤따라가는 자인 까닭입니다. 우리는 판단해야 하는 자가 아니라, 응답해야 하는 자이고, 주인이 아니라 속해 있는 자인 까닭입니다. 우리는 구원자가 아니라 구원받아야 할 존재이고, 해결사가 아니라 해결 받아야 할 존재인 까닭입니다.

 

 

 

또 요한처럼, 우리도 ‘외치는 이’가 아니고, 외치는 이의 ‘소리’입니다. 곧 ‘내 안에서 외치는 분’를 드러내는 소리입니다.

 

사실, 소리를 내는 것은 피리가 아니라, 피리를 부는 이입니다. 피리가 결코 스스로 소리를 낼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마치 붓이 스스로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붓을 쥔 이가 글씨를 쓰는 것이듯이 말입니다.곧 화살표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요한은 자신이 피리를 부는 이가 아니라, 피리를 부는 이를 담아내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는 진정 비워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요한은 참으로 비워진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채우는 데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비워진 데서 오는 기쁨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데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타인을 드러내는 데서 오는 기쁨 말입니다. 그러기에 비워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인 것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렇습니다. 자기 자신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추하게 보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이들을 자기 발밑에 두려는 것처럼 추한 모습은 없습니다.

 

그런데 요한을 보십시오! 요한은 자신의 발밑에 다른 이를 두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다른 이의 발밑으로 내려가려고 하나, 그 발밑에 내려갈 자격마저 없는 몸이라 고백합니다.

 

“나는 그 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본래 주인이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종이 그 신발 끈을 풀어주는 법인데, 요한은 그런 종의 일마저도 할 만한 조격조차 없는 부당한 몸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비운 까닭입니다.

 

 

 

오늘 우리도 요한이 받은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이 질문에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나는 어떤 이인가요?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닌 존재로 살고 있는 이인가?

 

예수님과는 어떤 결속을 맺고 살아가고 있는 이인가?

 

저는 이렇게 대답해 봅니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새끼,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벗 아오스딩이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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