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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3 화/ 거룩한 쓰레기통이 되어주는 어린 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02 조회수2,434 추천수8 반대(0) 신고




주님 공현 전 화, 요한 1,29-34(17.1.3)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John the Baptist's Testimony to Jesus







거룩한 쓰레기통이 되어주는 어린 양

 

오늘 제1독서는 의로우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자녀로 삼아주셨음을 알려줍니다(1요한 2,29-3,1). 세상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기에 우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품위 있는 존재인지 알 턱이 없지요(3,1). 영원한 생명이신 그분과 일치하리라는 희망을 지닐 때 그리스도처럼 순결한 사람이 되겠지만, 죄를 짓는 자는 그분을 뵙지도 알지도 못할 것입니다(3,3.6).

하느님께서 말구유에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신 목적은 우리를 위해 헌신하시고 우리의 쓰레기통이 되어주심으로써 당신 생명을 고스란히 넘겨주시기 위해서이지요. 이것은 사람들로부터 어쩌다 받게 되는 그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영원의 선물입니다. 요한은 이 선물을 알아보고 ‘하느님의 어린 양’(요한 1,29)이라 부릅니다.

요한은 성령의 빛으로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 부르며 구세주로 알아보고 찬미를 드렸습니다. 그것은 그의 신앙고백이기도 했지요. 제관 즈카르야의 아들인 그는 성전에서 희생제물로 바쳐지는 어린 양을 수없이 보아왔을 터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집트 해방을 회상하는 ‘파스카의 어린 양’(탈출 12,11)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요한은 예수님에게서 우리를 위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순한 어린양처럼(이사 53,7) 희생을 감수하며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을 성령의 이끄심으로 알아보고 고백한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그 어떤 언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늘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이 큰 사랑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먼저 하느님께서 의로우시고 자비로우시다는 것을 알아차려야겠지요. 끊임없이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을 알아봐야 그에 응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아보려면 잦은 만남과 만남을 통한 친밀감과 회개가 필수적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주님과 친교를 나누지 않고는 소경인 채 살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알아보았다면 사랑이신 그분께 희망을 두어야 겠지요(1요한 3,3). 주님께 희망을 둔다는 것은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뜻과 욕구를 주님께 내맡기는 것을 뜻합니다. 나아가 주님과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시켜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될 때 마음과 영이 순결해지고, 맑고 순결한 영을 지닐 때 영원한 생명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어린 양’의 자녀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은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 자비의 바다 속으로 들어감을 뜻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그리스도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따라야 할 그분의 길은 희생과 죽음을 통한 사랑의 길입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자비이신 하느님의 자녀임과 동시에 희생될 운명에 처해 있는 ‘하느님의 어린 양’의 자녀다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그건 대단한 순교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잔잔한 어려움과 수고로움을 사랑으로 견뎌내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과 하소연, 불필요한 소리, 분노 등을 기꺼이 담아내는 쓰레기통이 되어주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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