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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들은 무엇을 보았는가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04 조회수1,318 추천수9 반대(0) 신고


 

그들은 무엇을 보았는가

 

- 윤경재 요셉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무엇을 찾느냐?”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요한 1,35~40)

 

 

 

 

마태오복음서 20장에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을 구하는 주인은 이른 아침, 아홉 시, 열두 시, 오후 세 시, 오후 다섯 시 이렇게 다섯 번씩이나 바쁘게 장터에 나갑니다. 이에 반해 일꾼들은 하릴없이 서 있기만 했습니다. 심지어 하루가 다 끝나가는 시간인 오후 다섯 시에 나와 선 일꾼도 있었습니다. 그 일꾼들은 삶의 방향성을 잃고 자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포도밭 주인은 그들을 불러 포도밭에서 함께 일할 것을 권합니다. 잠자는 그들을 깨운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첫 대목도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길을 지나가시는 예수와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스승 요한과 두 제자가 등장합니다. 서 있는 이들은 인생을 탐색만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인물을 상징합니다. 이들에게 예수께서 묻습니다. ‘무엇을 찾느냐?’  찾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라는 요청입니다. 또 ‘와서 보아라.’라고 하시며 삶을 직접 체험하기를 권합니다.

 

그들이 예수와 함께 묵으며 참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시간은 히브리인 시간으로 열 시였습니다. 열은 완성을 뜻합니다. 열매가 열렸다는 의미입니다. 그랬기에 안드레아는 형 시몬에게 메시아를 만났다고 단언했고 형을 예수께 데리고 갈 수 있었습니다.

 

과연 안드레아와 이름 없는 동료는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을 예수와 함께 묵었는데 무엇을 보았기에 그런 확신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집니다.

 

마르틴 부버의 말대로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립합니다.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 해보면 왠지 통하는 것 같고 나를 이해해 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 공감을 넘어서 나를 이끌고 성장시키고 있다는 기분까지 듭니다.

 

어둔 방안에 촛불 하나를 켭니다. 어둔 방 안은 곧 빛으로 가득 찹니다. 방 안에 또 하나의 촛불을 켭니다. 방 안은 더 많은 빛으로 가득 찹니다. 그때 첫 번째 초의 불빛이 끝나는 곳과 두 번째 초의 불빛이 시작되는 곳을 구별할 수 있는가요? 그것을 구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두 빛은 만나서 서로 섞이고 하나가 됩니다. 영혼은 마치 빛과 같습니다. 밝은 영혼을 만나면 두 개의 촛불을 켠 것처럼 그동안 어두워서 설핏설핏 보였던 주위 사물들이 분명하게 보이게 됩니다.

 

육신은 고체입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어도 진정으로 녹아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혼은 하나로 녹아들고 섞일 수 있습니다. 융합이 가능합니다. 핵 반응도 융합할 때가 핵 분열할 때보다 몇 배의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안드레아와 또 다른 나를 대표하는 무명씨는 예수와 만난 자리에서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영혼의 교류를 체험했습니다. 자신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세상이 달라져 보였습니다. 마치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오는 듯했습니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활력을 얻어 약동하는 듯했습니다. 눈은 밝아지고 귀는 예민해졌습니다. 입안에서는 침이 샘솟아 무엇이라도 소화시킬 것만 같았습니다.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는 예수의 초대에 응해서 제 육신을 그분 곁에 가까이 두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생각과 감정과 오감은 달뜨고 매사에 분명함이 보였습니다. 자신들의 세세한 행동마저도 거리낌이 없어지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옳은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이 보였습니다. 하루가 길고 길어 수십 년을 함께 지낸 듯했습니다. 자신들의 옛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여태껏 자신들이 얼마나 혼란 속에 머물고 있었으며 장애를 느끼며 살아왔는지 새삼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문을 닫고 살았으며 장애를 스스로 만들어 왔습니다. 그동안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집착하여 한 발자국도 발을 떼지 못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신들은 죽은 과거 속에서 살아온 것이며 예수께서 미지의 미래를 열어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시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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