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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비범하고 찬란하게)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04 조회수1,672 추천수1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비범하고 찬란하게"

 첩첩산중, 별이 총총한

바닷가에 위치한 저희 살레시오

련소에서는 오늘 특별한

 예식이 치러졌습니다.

 2017년도 수련소 입소식입니다.

오늘 입소한 수련자들은

살레시오회 수도자로 거듭나기 위해

1년간 강도 높은 수련을 받게 되고,

무사통과하면 첫 서원을 하게 되지요.

 입소식을 시작하기 전 거쳐야 할

특별한 의식이 한 가지 있는데,

갖고 있는 모든 소유를 반납하는

의식입니다. 제대로 된 인생의

물구나무서기를 한번 하는 것입니다.

 현찰, 카드, 스마트폰 등등...그야말로

모든 것이 탈탈 털리는 수련자들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좀 안쓰럽고

측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수련자들의 얼굴은

한없이 해맑았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얼굴들은

좋아죽겠다는 표정입니다.

돌아보니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도

비슷했습니다.

그녀는 15세 되던 해 당시

수녀회 입회 연령 제한에 걸려서

가르멜 수녀회 입회를

거절당했습니다.

좀 더 나이 먹고 들어오라는

장상 수녀님의 말씀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수녀회에 입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지역 주교님을 만나 관면 허락을

받으면 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교님을 만나러 가기 전 데레사는

나름 한 가지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좀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려고

 머리를 잔뜩 위로 끌어올려

 위로 묶고 주교님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직 소녀티도 벗지 못한

그녀의 모습,

그리고 꽤나 우스꽝스런 그녀의

헤어스타일에 주교님께서는

껄껄 웃으셨지만 끝내 허락을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거기서 물러날

데레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교황님까지 찾아뵙고

졸라대었습니다.

수녀회 입회 과정에서 숱한

에피소드를 양산했던 데레사는

우여곡절에 꿈에 그리던

수녀회 입회에 성공합니다.

그날 그녀는 얼마나 기뻤던지

세상을 다 얻은 듯했습니다.

그토록 간절했던 입회였던 만큼

그녀의 수도생활 역시

 열정적이었습니다.

자신의 단명(短命)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순간을

영원처럼 살았습니다.

순간순간을 그리도

소중히 여겼습니다.

 성가 한곡, 기도 한 소절도

 금 쪽처럼 여겼습니다.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소한 것들에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그녀는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비범하고 찬란하게 살아갔습니다.

 새롭게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모든 새내기 수도자들이 데레사가

보여준 그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수도자들에게 결핍과 고통,

포기와 비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덕인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기를 기도합니다.

 요한복음 1장에서는 오늘날

모든 수도자들의 모델이요

이정표인 세례자 요한의 ‘쿨’한

모습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하루는 그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며

잘 교육시킨 제자들과

함께 있을 때였습니다.

스승의 마음은

대체로 비슷하겠지요.

 자식 같은 제자들과 평생 같이

가고 싶을 것입니다.

 내가 공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놓은 인재들이기에

스승에게 있어 제자들은

삶의 기쁨이요 보람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미래와

노후를 책임져줄 든든한

보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태도를

한번 보십시오.

 정말 특별합니다.

드디어 그토록

 간절히 학수고대했던

 예수님께서

 눈앞에 지나가십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가

제자들을 향해 크게 외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

(요한복음 1장 36절)

 참으로 많은 의미가 함축된

세례자 요한의 선언입니다.

‘제자들아! 드디어 때가 왔다.

내가 너희들을 내 제자로

 양성시킨 최종 목표가

이루어질 순간이다.

바로 저분이다. 따라가거라.

나는 괜찮으니 내 걱정일랑

조금도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저분을 따라가라.

앞으로 저분을

스승으로 모시거라.’

 애써 양성시킨 자신의 제자들을

 아무런 미련도 없이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떠나보내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제

달릴 곳을 다 달렸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부여하신

모든 사명을 120% 완수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기에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구세사의 주인공으로 점점

떠오르시는 예수님을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스스로 쇠락시키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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