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8."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 하였다 - 파주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08 조회수1,831 추천수2 반대(0) 신고

마태 2,1-12(주님 공현 대축일)

 

 

 

찬미 성탄!

 

오늘은 제2의 성탄절이라고도 불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목동들에게만 알려져 있고 감추어져 있었던 메시아의 탄생이 비로소 동방박사들을 통해 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드러나는 날입니다. 그래서 동방교회에서는 오늘을 “거룩한 빛의 축제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임을 찾아 여행하는 이들과 여행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이들입니다. 전자는 빛을 따라나선 동방박사들과 이미 여행해 온 마리아와 요셉입니다. 그리고 이미 자리를 떠나온 아기 예수님입니다. 후자는 왕궁에 머물러 있는 이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임을 찾는 여행은 ‘세 번의 길 떠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을 떠나기 전에, 먼저 이미 빛이 비추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별이 나타나 그들을 비추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그 별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보고자 하는 자만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바라보는 자만이 그 별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별을 보았다고 해서, 누구나 다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을 애타게 갈망하고 고대하는 자만이, “그분의 별”(마태 2,2)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길을 떠나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첫 번째> 길을 떠나온 이들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비추고 계시는 그분을 향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길을 떠나왔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분을 만나러 나섰습니다. 그분을 경배하러 말입니다. 예물도 정성껏 준비해서 말입니다.

 

사실, 이 길을 떠나옴은 포기와 고생을 동반했습니다. 온갖 편리와 안주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갖가지 위험과 위기의 십자가도 져야 했습니다.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고, 오로지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길은 별의 비추임에 의탁하고 내맡겨야만 걸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빛을 신뢰해야만 걸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사랑이 없이는 결코 걸을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결국에는 만나게 될 그 기쁨을 먼저 끌어안고, 마음을 두근거리며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모세와 아브라함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길을 가다가 빛을 놓칠 때도 있습니다. 어둠이 찾아들면, 캄캄하여 길을 분별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사막처럼 무미건조하고 쓸쓸할 때도 있습니다. 길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반항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좌절하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그분이 계실만한 곳을 찾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화려한 왕궁을 기웃거렸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그“진정한 빛”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별의 안내를 받아서 이스라엘까지 오기는 했지만, 메시아를 찾을 수는 없었듯이 말입니다.

 

왜냐하면, 메시아를 찾아 만나는 데에는 “꼭 필요한 한 가지”(루가 10,41)가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그것은 바로 참된 빛이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마태 2,3) 이미 “말씀” 속에 계시해 주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이 참된 빛이신 “말씀”을 만나야 했듯이, 결국 우리도 진정한 “말씀의 빛”을 통해서, “말씀이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말씀이 우리 발의 등불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말씀의 빛”을 따라 <두 번째> 길을 떠나왔습니다. 이 두 번째 길은 우리가 잠시 머문 허황한 곳 화려한 궁전을 떠나, ‘작은 고을 베들레헴을 향하는 길’입니다. 그것은 ‘더 낮아지고 더 작아지는 길’입니다.

 

잠시 빛을 잃고 헛된 곳을 찾던 우리는 이제 “말씀”의 비추임으로 다시 “그 별, 그 빛”을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빛만 바라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빛이 비추는 곳을 바라보며 갑니다. 참된 빛은 화려한 왕궁이 아니라, 누추한 마구간을 비추고 있었습니다.낮고 보잘것없는 가난한 곳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빛이 비추인 곳 마구간에 들고, 그 빛이 우리를 비추어주었습니다. 드디어 우리는 낮은 곳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무릎을 꿇고 자신을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땅에 엎드린 우리 위에도 빛이 비추었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경배 드리는 일은 당신처럼 우리 자신을 땅에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그토록 땅에 누워계신 까닭입니다. 예물은 우리 자신을 치켜세워야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당신에게로 낮추어야 드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그토록 우리가 낮아져야만, 우리는 온전히 예물이 될 수 있는 까닭이었습니다. 그토록 낮아지고서야,당신은 우리 안에 빛이 되어 들어오셨습니다. 비로소, 성탄입니다. 비로소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것입니다.

 

 

 

이제는 마침내 <세 번째> 길을 떠납니다. 이 길은 우리 안에 탄생한 빛이신 말씀, 아기 예수님을 함께 떠나는 길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이미 아기 예수님이 길을 떠나온 까닭입니다. 이 <세 번째> 길 떠남이 바로 오늘, 주님 공현이 우리를 이끄는 진정한 길 떠남입니다.

 

참으로 감사드려야 할 일입니다. 참으로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는 어둠 속을 걸어왔던 길을, 빛이 되어 걸어갈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은 자신을 채우기 위해 온갖 화려함으로 꾸미고 있는 왕궁을 향해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이 길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찬란히 빛나는 길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밝히실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길가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만난 길이신 예수님의 빛으로 걸어갑니다.우리 주님께 찬미를 드리면서 말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