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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몸의 주인공을 잃어버리면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10 조회수1,058 추천수7 반대(0) 신고


 

내 몸의 주인공을 잃어버리면

 

- 윤경재 요셉

 

 

 

 

더러운 영은 자기 몸이 없는 영입니다. 아니 자기 한 몸으로 만족할 줄 몰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본래 창조주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제 몸에서 도망친 영입니다. 제 몸이 좋은 줄 모르고 남의 몸이 더 좋아 보여 욕심을 채우려고 제멋대로 움직인 영입니다. 결국 본래 자신이 있어야 할 곳마저 잃어버리고 약해 보이고 병든 육체를 찾아 헤매는 영입니다.

 

자신이 주인공인줄 모르고 다른 곳을 기웃거리다가 제 몸을 비워둔 사람은 자칫하다가는 이런 더러운 영의 공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루카 11,24~26)

 

여기서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있다는 표현은 주인공을 모셔두지 않고 제 몸을 비워두었다는 뜻입니다. ‘물 없는 곳은 마귀들의 땅인 광야를 지칭하는데 광야에는 벌써 힘센 악마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보다 힘이 약한 악령들은 빌붙을 데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광야에서 쫒겨난 더러운 영은 다시 주인공을 잃은 허약한 사람들을 공격하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자신감이 없고 의존적이며 허약한 사람일수록 비교당하는 데에 피해자가 되기 십상입니다. 영화나 TV에서 나오는 탤런트들은 하나같이 몸매가 멋있고 성격마저 훌륭합니다. TV 속 장면에서 갖추고 사는 생활모습은 또 얼마나 멋지고 대단합니까?

 

신문이나 방송 광고에서는 우리에게 항상 이렇게 최면을 겁니다. ‘너희는 부족한 사람이니 우리 제품을 사서 애용하고 그 부족한 점을 감춰라!’ 그 광고에 따르지 않으면 마치 매사에 뒤쳐진 사람이 되고 말 것 같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제품을 사먹지 않으면 병에 걸려 죽을 것만 같고, 그 화장품과 옷을 사서 걸치지 않으면 따돌림 당할 것만 같습니다. 그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호텔에서 쫓겨날 지도 모른다고 윽박지릅니다.

 

요즘 친구나 이웃들이 올리는 멋진 SNS 장면들은 더욱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듭니다. ‘너희는 이런 삶을 모르지 난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라고 SNS에서 주장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간의 삶이란 그리 특별한 게 없습니다. 하루를 기준으로 그저 그런 모습대로 사는 것이 평범한 일상의 대부분입니다. 비슷한 시간에 잠자고 일어나며 직장에 나가느냐 길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밀려드는 하루하루 여전히 골치 아프며, 지루할 뿐입니다. 보통은 좋은 줄 모르고 사는데, 어쩌다 보니 그런 멋진 장면이 가끔 찾아온 것뿐입니다. 그런 순간만 찍어서 올린 것인데 그걸 본 나도 지기 싫어 멋진 장면을 연출해서라도 SNS에 올리게 됩니다. 남을 조종하고 통제하고픈 욕망을 숨긴채 행복이라는 가면을 쓴 행동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나 아닌 남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기준의 눈높이는 점점 솟구치게 됩니다. 그걸 따라하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지는 때가 닥쳐옵니다. 자기도 모르는 괴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울한 감정에 휘둘리게 됩니다.

 

그럴 때 이유도 모르게 분노하게 되고 평소에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돌발적 행동을 저지릅니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보복 운전이나 묻지마 폭행, 묻지마 살인 등은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이런 뜻밖의 행동을 저지른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하나같이 자기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고 후회하곤 합니다. 평소에 알던 주위 사람들도 그럴 리가 없다고 놀랄 정도입니다.

 

평소에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잘 다스려 자기 주도 아래 놓아두어야 하는데 주체성을 잃고 살아왔기에 생각과 감정이 제멋대로 날뛰게 된 것입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살지 못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도 정도 문제일 뿐 그 시작은 분노조절장애입니다. 그는 때와 장소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보이고 소리를 지르며 다녔습니다. 처음에 한두 번 재미 삼아 이런 짓을 했는데 남들이 무서워하고 슬슬 피하는 기색을 보이니 점점 기가 살아난 것입니다. 자기의 약함을 감추고 주목을 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 증상이 심해지면서 이인증이나 해리 같은 고약한 정신심리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고 그 일을 기억조차 못 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러운 영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바로 알아봅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세상의 주인께서 오셨으니 이제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행동입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본 유다인들이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라고 표현합니다. 온전하게 삶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삶의 주인공인 사람은 타인의 인격과 자유를 존중합니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만큼 타인도 소중한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결코 타자를 자신의 삶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러운 영은 타자를 수단으로 삼습니다. 타자를 자신이 기생할 숙주로 여기고 숙주가 죽을 때까지 단물을 빼먹고 기생합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홀히 하면 작은 틈새를 노리던 더러운 영이 언제 찾아들지 모릅니다. 더러운 영은 결국 우리의 어리석음과 욕심, 성내어 자신을 잃어버리는 행동이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의 주인공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수님을 닮는 것입니다. 내안에 주님을 모시고 사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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