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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잘 들어 주실 것만 같은 분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12 조회수1,198 추천수8 반대(0) 신고

 

 

 

잘 들어 주실 것만 같은 분

 

- 윤경재 요셉

 


 

어려서 읽은 위인전에 조지 워싱턴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직한 정치인으로 미국 초대 대통령이 된 그의 일화 중에 어릴 적 벚나무 사건이 유명합니다. 아버지가 아끼던 나무를 베어내고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한 워싱턴을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더 훌륭한 분은 워싱턴의 아버지입니다. 어린 워싱턴은 애지중지하는 벚나무가 잘려나간 것을 발견하고 펄펄 뛰며 화를 내시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린 워싱턴이 자기가 그랬노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모든 걸 귀담아 들어주셨던 아버지의 태도 덕분이었습니다. 자기 아버지라면 일단 말을 들어주시리라 믿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를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나병이 괴로운 것은 병 자체뿐만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버림을 받는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레위기 13장은 악성 피부병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제는 환자를 부정한 사람이라 선언하고 환자는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혼자 생활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지옥일 것입니다.

 

“미르얌의 얼굴에 그의 아버지가 침을 뱉었다면, 그 여자가 이레 동안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느냐? 그러니 그를 이레 동안 진영 밖에 격리하였다가, 그 뒤에 돌아오게 하여라.”(민수 12,14)

 

광야에서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의 누이 미르얌마저도 모세를 시기하자 성막에서 구름이 물러나며 미르얌에게 나병을 벌로 주셨습니다. 모세가 나서서 청원 기도를 올리자 이레 동안 진영 밖에 격리하였다가 돌아오게 하시어 나병을 낫게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나병 환자는 굉장한 용기를 냈습니다. 어쩌면 돌멩이 세례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보통은 여럿이서 몰려다니며 자신들을 보호하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이라면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잘 들어주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자신 안에 응어리진 서러움을 하소연하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한자로 성스러울 , 성인 자는 귀 , , 북방 등 세 부수가 합쳐서 한 글자가 되었습니다. 그 뜻을 가만히 음미해 보면 성스럽다는 건 먼저 귀로 듣고 나서 입으로 해결책을 이야기 해 주는데, 북쪽 은미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은 듯 계신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한 일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은미한 곳에서 세상의 소리를 듣고 해결하시는 게 성스러움이고 성인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그런 분이셨습니다. 무슨 말을 하여도 다 들어주실 분이라는 믿음이 가는 분이셨습니다. 나중 일이야 어찌 되던 간에 어린 워싱턴이 아버지를 무엇이든 들어주시는 분으로 여겼듯이 나병 환자도 결과를 의심하지 않고 예수님께 다가와 말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셨습니다. 나병 환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병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꺼려하는 게 세상인심인데 손으로 어루만지기까지 하시니 그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였습니다. 여태껏 이런 분을 뵌 적이 없었습니다.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그러자 온몸이 근질근질하였습니다. 새살이 돋는 느낌이었습니다. 곧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몸이 깨끗해진 나병 환자는 도저히 입 다물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였고, 정해진 예물도 바쳤습니다. 궁금해 하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치유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병 환자는 처음에 그저 자기의 말을 들어줄 분을 찾았던 사실을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예수님을 닮고 싶었다면 들어주는 귀를 여는 법을 배웠어야 했습니다. 자신의 나병 치유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사실 예수께서는 나환자를 직접 만나 그의 말을 들어주시고 그를 어루만짐으로서 나병 환자를 배척하는 율법을 위반하고 폐기하신 것입니다. 심지어 레위기 53사람 몸에 있는 부정한 것, 곧 그것이 무엇이든 그를 부정하게 하는 것에 몸이 닿고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다가, 그 사실을 깨달아 죄인이 되었을 경우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죄인이 되신 것이며 암양이나 암염소 한 마리를 속죄 제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모세도 하지 못한 일을 하셨습니다. 율법의 주인이 되시어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만큼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였습니다. 기적만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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