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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를 용서받았다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13 조회수1,157 추천수8 반대(0) 신고


 

죄를 용서받았다

 

- 윤경재 요셉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내려 보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마르 2,3~11)

 

 

 

몇 년 전 성경봉사 할 때 이 대목을 가지고 그룹원들과 함께 역할 상황극을 진행하였습니다. 부부 중 남편이 환자가 되고 자매가 등에 업었습니다. 옆에 남성 두 분이 나서 넘어지지 않게 양 다리를 잡아 보조하였습니다. 해설자 한 사람, 율법학자를 맡은 두 사람, 군중 역할도 정했습니다. 예수님 역할은 제일 나이가 많은 분이 맡았습니다. 부부가 두 쌍이라 환자도 두 분이었습니다. 마침 자매님들이 씩씩하셔서 이런 상황을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중풍 걸린 환자를 업고 성당 마당과 건물 안을 한 바퀴 돌고 지하 교리실로 들어왔습니다. 일부러 교리실문 앞에 책상과 걸상을 쌓아 들어오기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느냐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나서서 도와야 했습니다. 남편을 등에 업은 자매들과 보조 역할을 하신 분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느냐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상황극을 종료한 뒤 각자 느낀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중풍 병자가 된 남편들은 자신을 업은 집사람과 교우들에게 무척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꼭 죄를 지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왜 이런 몹쓸 병에 들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었고 다시는 중풍 병에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술 담배를 줄이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병원에라도 가서 종합검사와 중풍 예방법을 배워야 하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환자를 업은 자매와 양 다리를 잡고 보조역을 맡은 분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예수님께 환자를 보이고 낫게 하겠다는 열망에 땀이 비 오듯 솟았어도 그리 힘든 줄 몰랐다고 합니다.

 

남편을 업은 자매들은 그동안 가장으로 힘들게 돈 벌어다주고 가정을 지키느냐 수고 많이 했는데 막상 중풍 병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고맙고도 불쌍한 생각이 들었으며 앞으로 잘 해주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합니다.

 

율법학자 역을 맡은 사람 두 분은 환자를 낫게 하여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와 율법에 따르면 용서하는 권한은 하느님밖에 없는데 이분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나 하는 생각이 떠올라 내내 혼란스럽고 괴로웠다고 합니다.

 

군중 역을 하신 분들은 힘들게 환자를 데리고 온 가족과 친지 그리고 아파하는 환자를 앞에 두고 하는 율법학자들의 말이 낯간지럽고 초치는 것만 같았다고 말합니다. 속으로 얄미운 율법학자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어졌다고 했습니다. 환자를 창문을 통해 예수님 앞으로 조심조심 모시는 장면은 남의 일 같지 않아 정말 울컥했다고 합니다.

 

예수님 역할을 맡은 연장자께서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의 죄를 낱낱이 용서해주고 싶었으며, 특히 사지가 뒤틀리고 늘어져 업혀온 중풍 병자가 미안해 하고 죄스러워 하는 얼굴을 본 순간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오더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환자 두 분이 일어서서 들것을 들고 걸어 나가자 모두 박수를 치며 기뻐하였습니다. 마치 예수께서 활동하시던 이천 년 전으로 돌아가 그 현장에 있었던 증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느낀 하루였습니다.

 

그 후로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상황극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장면 장면마다 더 깊이 묵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경 읽기 방법 중에 구조주의적 방법이 있습니다. 성경 본문 내용을 가지고, 등장 인물과 배경, 시간과 공간을 설정하여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등장인물이 어떻게 설명되며 시공간 안에서 어떤 행동과 몸짓, 말을 주고 받는가? 그들의 말이나 행동은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어떻게 변화되는가?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모든 것을 살펴 비교하여 성경이 독자를 어떻게 인도하는지 알아 내는 방법입니다.

 

상황극도 구조주의적 분석에 도움을 받아 먼저 시간과 공간을 정하고, 마치 연극처럼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상정하며 각 인물의 성격을 도출하여, 성경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아 가는 방법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개인이 성경을 읽고 깨닫는 것보다 그룹이 몸으로 성경을 읽고 체험할 때 그 느낌은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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