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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0일 새벽미사 / 신앙에세이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0 조회수1,202 추천수1 반대(0) 신고

40일 새벽미사

                                                                                                                    강헌모 / 수필가

  2016년 사순절 기간동안 40일 새벽미사가 있었다. 내가 다니는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특별히 미사를 신설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비벼가며 새벽미사에 참례했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피곤해서 눈이 따곰따곰했고, 쉽게 피로를 느꼈다. 직업이 없이 집에서 쉬는 사람이라면 잠을 자 두었다가 새벽미사에 참례하기가 더 수월했을텐데, 직장을 다니니 새벽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 때 피곤하다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가는 미사에 참례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것을 알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매일 사십여일동안 그렇게 했다. 여기서 사십여일이라고 한 것은 정확히 37일이다. 성목요일과 성금요일 성토요일까지 합해야 정확히 40일인 것이다. 재의 수요일 다음날부터 성 토요일까지가 40일인데, 성주간 수요일 새벽까지 37일간 한 번도 빠짐없이 다 미사에 참례했다. 그래서 기뻤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직장에서도 졸리곤 해서 눈이 피로했다. 정말 어렵게 마쳤다. 어떤때는 새벽미사 다니는 것을 포기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찍 일어나기란 많이 힘든것 같다. 1주일에 1번 있는 새벽미사는 그런대로 자주있는 날이 아니니 버틸 수 있었고, 미사에 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으니 무리 없었다. 하지만 매일 40일간 새벽미사를 가야하니 좀 무리인듯 했다. 그걸 다 채워 한 번도 빠짐없이 다 다녔다고 뽐내고 싶은 교만함이 은연중에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하지만 40일동안 미사에 다 참례한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매일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왔다가 빠졌다가 다시 나오는 사람이 있고, 몇 번 빠진 상태에서 끝까지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사람도 있고, 다 나온 사람도 있었다.

  새벽미사중에는 수녀님 세 분도 함께 하셨다. 그 자리는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은총이 따르는 곳이 아닐 수 없다. 대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것과는 달리 조그마한 방에서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신부님의 주례로 성무일도를 곁들여 하는 미사라 색 달랐다. 그건 처음 접하는 일이었다.

  나는 어떤때는 하루에 두 번 미사 참례해서 영성체를 하곤 했다. 새벽미사와 저녁미사인데, 저녁 전례 독서가 있는 날엔 일찍 성당에 가야했기에 더 피곤했다. 그러다보니 피로가 덜 풀렸든지 목에 편도선염이 생겨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요새 힘든 거 있느냐? 하는 질문에 나는 잠을 못 잤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그는 또 재발될 지 모르니, 잠 잘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떤때는 하루에 한 번 새벽미사만 보고 지냈다. 그러니 여유가 있는 것 같고, 그때는 덜 피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벽에 미사를 본 탓에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1주일에 1번 월요일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힘든데, 연속해서 사순시기 동안 해야하니 그 피로감은 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몸은 피로했지만, 숨은 은총이 따르는 듯 했다. 죄 짓는 것도 덜 한 것 같고, 마음의 기쁨이 찾아온 듯 해서 좋았다. 한 때 고통이 따랐지만 말이다.

  40일미사가 끝나면 세월이 흘러도 신앙생활 여정에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새벽에 작은 방에서 신부님, 수녀님, 교우들이 함께 미사 드리는 장면을 떠 올리게 되어 잊혀지지 않을거다. 그와 같은 일은 나중에도 없을 것 같아 소중하다.

  아무튼 주님께 감사 드리고, 신부님, 수녀님 및 미사에 참례한 사람들에게 감사 드리고 싶다. 나는 미사 다니는 동안 한 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자매님이 차를 태워 주어 고맙다. 더군다나 추운 겨울에 수고해 주셔서 더욱 그렇다. 걸어 오다가 쉽게 차를 타고 오니 추위를 피해서 좋았다.

  잠이 부족하면 몸이 많이 피곤하고, 쇠약해질 것 같고, 그런것이 지속되면 몸에 이상이 생겨 생명이 위협 받을 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도 했다. 아플때는 조용히 잠자리에 일찍 들고 싶을 때가 있어 잠이 보약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전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드는 나는 새벽에 알람이 울려서 깼을때 피곤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잠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새벽미사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가졌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날, 늦지 않게 잠자야 하기에 신경이 갔다. 그나마 일어나 눈을 비벼가며 성당에 갈 수 있었다. 그것은 내 의지라기 보다는 주님께서 불러 주셨고, 성령께서 함께 해 주셨기에 가능했다.

  새벽미사를 다니면서 이제 며칠 안 남았지? 하면서도 그게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부담감으로 작용되었던 것 같다.

  어느날엔 토요일 새벽미사에 다녀와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이불속에 파묻혀 꿈나라로 접어 들었다. 피곤이 많이 쌓였던지 잠도 적지않게 잤고, 깊게 잤다. 잠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많이 잔 것 같은데, 일어났어도 몸이 깔아지는 듯해서 자꾸 더 자고 싶었다.

  40일동안 미사참례 다해서 어느때 보다도 뜻있는 사순시기를 보내서 기념이 되었다. 그걸 시작하기전에는 끝까지 갈 지는 불투명했다.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포기할까 하는 고비가 있었다. 꼭 40일간 새벽미사에 다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여태껏 신앙생활하면서 연속으로 새벽미사를 나갈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새로운 힘과 믿음이라는 생각에 가슴 벅차고 만족한다. 그것은 주임 신부님의 배려로 이루어 진것이라 신부님께 감사 드리고 싶다. 또 그와같은 은총의 생활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특별 자비의 해 희년에 이루어져서 더 뜻이 깊다.

                                                                      2016. 4. 3.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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