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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2."나를 따라 오너라" (수도원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미사)- 파주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2 조회수1,448 추천수4 반대(0) 신고

마태 4,12-17(연중 3주 주일): 수도원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미사

 

 

 

+ 찬미예수님! 주님의 축복과 평화를 빕니다.

 

무엇보다 먼저 오늘 이 자리에서, 이 거룩한 미사를 여러분들과 함께 봉헌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우리 주님과 본당 신부님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들 드리며, 이곳 ‘아미동 성당’에 주님의 축복과 평화를 빕니다.

 

겨울이 깊어가고 눈이 많이 왔습니다. 겨울이 깊어가듯, 형제자매님들의 가슴에도 주님의 자비와 사랑이 깊어가고, 신앙이 싶어가길 빕니다.

 

 

 

오늘, 우리 주님께서는 세상의 어둠 속을 걷고 있는 백성에게 빛을 비추십니다.

 

그것은 천대받는 즈불룬과 납달리 땅, 이민족들의 지역 갈릴래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민족의 땅, 갈릴래아일까? 왜 하필이면 이민족의 땅에서 빛이 시작될까?

 

 

 

그것은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에서 말한 예언의 성취였습니다. 이 예언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이 ‘이방인이요 나그네의 삶’임을 일깨워줍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사도 베드로의 표현대로, 우리는 모두는 이 땅에서 ‘나그네살이 하는 이방인’임을 말해줍니다(1베드 1,17; 2,11).

 

 

 

사실, 하느님은 에덴을 떠난 아담으로부터 시작되는‘나그네의 하느님이’십니다. 길 떠나 온 아브라함의 나그네살이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시요, 도망 나온 모세의 나그네살이와 함께 하신 하느님이시요, 떠돌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나그네살이와 함께 하시는‘이방인의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도 나그네로 오시어, 이스라엘의 외진 동네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탄생하셨고, 태어나자마자 이집트로 피난하여 나그네살이를 하셨고, 평생을 나그네로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는”(루카 9,58) 떠돌이의 여정을 걸으셨고, 성 밖 변두리로 밀려나 십자가에서 처형당하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도 시종일관 나그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니, 이는 우리 신앙인의 정체성이 바로 ‘떠돌이 나그네’임을 보여줍니다. 바로 그래서, 어둠과 이민족의 땅 갈릴래아에, 먼저 빛이 비추어 올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자기 안에 안주하지 않고, 변두리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하신 다음의 말씀은 우리를 그리스도교 삶의 본질로 이끌어줍니다.

 

“안락한 성전 안에만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길거리로 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손에 흙을 묻힌 더러워진 교회가 되기를 나는 꿈꾼다.”

 

 

 

교종께서는 즉위 후 첫 방문지로 난민들의 섬 람페두사를 찾아가시었고, 첫 초대 손님으로 로마의 노숙자들을 모셔 들이셨습니다. 바로 이 ‘나그네요 이방인의 자리’가 교회가 태동한 자리요 돌아가야 할 자리요, 바로 이 ‘변두리의 삶’이 그리스도인 삶의 중심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이 ‘변두리에서의 삶’이 세상을 일깨우는,“세상의 영혼”이 되는 자리라 할 것입니다. “세상의 영혼”이 되어 산다는 것은 세상 위에 살거나 세상 밖에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 사는 것을 의미 합니다.

 

초대 교회의 작품(약 2세기에서 3세기 초기에 쓰여 진 것으로 추정) <디오그네투스에게>라는 편지에서는 “세상의 영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영혼이 육신 안에 존재하듯이, 그리스도 신앙인은 세상 안에 존재합니다.

 

~영혼이 육신 안에 있으면서 육신에 속하지 않듯이,

 

그리스도 신앙인은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 있으면서도 세상의 어둠이 아니라,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살아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를 비추는 빛이신 예수님을 따름으로써 가능해질 일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마태 4,19)

 

 

 

오늘 이곳을 방문한 저희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로 “세상의 영혼”으로 살고자 주님을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수도회는 있어도, 수도원이라는 집이 아직 없습니다. 성전도 없습니다.

 

지금, 저희 4명의 종신서원 수도자들은 연립주택에 월세로 머물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네 명이 아주 오순도순 재미나게 살고 있지만, 그러나 마냥 그렇게만 살 수만은 없는 소명이 저희를 부추깁니다. 바로 이 거부할 수 없는 소명이, 저희를 오늘 이 자리에 나오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이제, 저희 파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고, 사랑을 필요로 하는 주변의 모든 이들을 환대로 반기며, 특별히 작은이들과 힘없는 이들이 기대어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이 시대의 아기 예수님이 누울 수 있는 마구간이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상처받고 아파도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고,힘들고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기보다는 함께 기도하고, 희망으로 주님 안에 머물 수 있기를 함께 할 공간이 될 수도원과 성전을 건축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희 수도원은 ‘기도’와 ‘일’과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렉시오 디비나)를 세 기둥으로 하여 살아가는 수도회이면서, 또한 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에게도 복음과 하느님의 자비를 나누는 새로운 수도공동체를 창설할 특별한 사명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더욱 많은 기도와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이미 주님의 축복과 자비로, 선한 뜻을 가진 은인들의 도움에 힘입어, 의정부교구 내 ‘양주’에 수도원 부지를 확보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수도원과 성전건축을 과업으로 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재정적 어려움으로 공사를 시작하되 돈이 허락되는 만큼만 건축하고, 나머지는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만큼씩 응답해 가며, 저희들의 피와 땀을 보태어 진행할 마음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손길을 입은 형제자매님들의 호의와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희와 함께 주님의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판넬 한 장으로, 함께 수도원의 한 벽면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세상을 끌어안는 가슴이 되어 주고, 함께 하느님의 집을 떠받드는 기도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을 따라 나선 이 길에서 아름다운 동행자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을 드리며, 주님 안에 축복을 빕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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