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령을 모독하는 죄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3 조회수1,504 추천수8 반대(0) 신고


 

성령을 모독하는 죄

 

- 윤경재 요셉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이 신성을 모독하는 어떠한 말도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 (마르 3,28~30)

 

 

 

불교 경전인 법구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평생 동안 어진 사람을 가까이 모셔도 진리를 알지 못한다. 숟가락이 국 맛을 모르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잠깐 동안 어진 이를 가까이 모셔도 재빨리 진리를 이해한다. 혀가 국 맛을 알듯이.”

 

어리석은 사람은 숟가락더러 자기 대신 음식 맛을 보게 하듯 평생 남의 이야기만 듣고 사는 사람이며, 자신이 몸소 나서서 진리를 대면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삶의 구비구비를 직접 나서서 체험하고 진리를 꿰뚫어 보려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사람을 보아도 겉모습만 구경할 뿐 그 안에 거하는 참모습을 발견할 줄 모릅니다.

 

요한복음서에 최후의 만찬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절절한 고별사를 남기셨습니다. 그때 토마스와 필립보가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여 예수님께 핀잔을 들었습니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요한 14,8~9)

 

예수께서는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아빠 하느님을 대신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셨는데 필립보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혹시 다른 비전(秘傳)이 있지나 않을까 생각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는데 먼저 이백 데나리온 빵값을 떠올렸던 필립보는 사랑보다 구체적 사항을 떠올린 것입니다.

 

이 대목 바로 뒤에 다른 유다가 주님, 저희에게는 주님 자신을 드러내시고 세상에는 드러내지 않으시겠다니 무슨 까닭입니까?”하고 질문을 하자 예수께서 성령을 약속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께서 약속하신 파라클레토스 성령은 보호자로서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예수께서 말하신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면, 몸은 비록 죄 때문에 죽은 것이 되지만, 의로움 때문에 성령께서 여러분의 생명이 되어 주십니다.”(로마 8,10)

성령께서도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는 것을 우리는 바로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알고 있습니다.”(1요한 3,24)

 

성령은 성부와 성자를 서로 하나로 이어주는 사랑의 본질입니다. 성부와 성자께서 사랑으로 하나되시고 또 우리에게 보내주신 영으로서 우리 안에 머무시며, 우리에게 생명이 되어 주시고,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시며, 대신 간구해 주시는 분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면 우리는 진리를 꿰뚫어 보게 되며, 성부와 성자께서 하나이듯 우리도 성자와 하나가 되는 은총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성령을 모독하게 되면 어찌될까요?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거절하는 행동이며, 주님의 도우심이 차단될 것입니다. 결국 주님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립니다. 자신의 존재 원인을 부정하는 행동입니다. 마치 나무 뿌리에 도끼질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나무에 뿌리가 상하면 그 나무는 조만간 생명을 잃고 나무로서의 존재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에 비해 우리가 지은 죄와 신성 모독은 비록 그 피해가 크지만, 아직 뿌리까지 다친 것은 아닙니다. 시드는 나뭇잎 하나에 벌레가 먹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무는 잎사귀가 다 떨어지더라도 생명의 근원인 뿌리만 살아 있다면 다시 잎이 우거질 수 있으며 멋진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뿌리가 멀쩡하다면 아직 되살아날 희망은 있는 것입니다.

 

성령은 성부와 성자께서 인간을 성숙시켜주시는 기름진 땅입니다. 우리가 지은 죄나 신성 모독은 그 땅위에 심은 작물의 열매가 벌레 먹은 상태입니다. 벌레 먹은 열매는 얼마든지 잘라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름진 땅이 한번 오염되면 다시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됩니다. 그 어떤 식물도 자라나지 못하게 됩니다. 벌레 먹은 열매를 베어버리는 것만으로는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생명의 성령을 자기 안에 모셔둔 사람은 혹여 쇄락의 계절이 찾아와 나뭇잎이 다 마르더라도 뿌리와 나무 등걸은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죄에 물든 나뭇잎 하나가 떨어진다면 어쩜 더 튼튼한 새순이 솟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나뭇잎이 푹푹 썩어 퇴비가 된다면 뿌리에 훌륭한 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이치를 깨달은 자라면 성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오, 복된 죄여”라고 말하며 뜨거운 회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