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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0123 - 연중 제3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 노영찬 요한 세례자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3 조회수958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7 01 23 () 가해 연중 제3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히브리서 9,15.24-28
마르코복음
3,22-30


노영찬 요한 세례자 신부님


<
예루살렘의 율법학자들에게 일그러진 인간본성이 보입니다 >


오늘도 주님의 축복 안에서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를 조금 우울하게 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기 위하여 이스라엘 사회에 뛰어드신 예수님께서 하신 활동에 대한 부당한 세간의 평가 때문입니다. 나병환자와 중풍병자 및 손가락이 오그라든 사람 등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행동을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그냥 보아도 좋을 법한데, 유감스럽게도 먹을 것이 없어 배 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남이 칭찬받고 잘 되는 것을 보고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일그러진 인간본성이 엿보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들이 이런 부당한 판단의 선두에 나섭니다. 예루살렘의 율법학자라면, 오늘날의 감각으로는 서울의 대법원 법관 정도의 권위와 비중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놀라운 치유활동을 예수님의 능력에서 온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인정하기에는 예수님의 사회적 배경과 경력이 너무 보잘것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예수님이 자신들과 같은 예루살렘 출신으로 비슷한 부류였다면, 전혀 다른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이처럼 율법학자들은 처음부터 예수님을 무시했기에 판단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마귀 두목인 베엘제불에 씌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의 치유활동은 마귀가 판을 벌이고 예수님이 꼭두각시 역할을 한 악행이라고 비난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비난에 담담하고 단호하게 응답하십니다. “사탄도 자신을 거슬러 일어나 갈라서면 버티어 내지 못하고 끝장난다. 먼저 힘센 자를 묶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힘센 자의 집에 들어가 재물을 털 수 없다. 묶어 놓은 뒤에야 그 집을 털 수 있다.” 인간에게 질병의 고통이라는 불행을 가져다주는 마귀조차 자신의 힘을 결집시켜 인간을 공격하는데, 이런 마귀를 대적하여 인간을 구원하는 예수님이 마귀의 편이 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성경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모습은 우유부단과는 거리가 멉니다. 전쟁터에 나선 장수처럼 전선을 분명히 이해하며 결단하시고 행동하십니다. 우리가 맞부딪혀 이겨야 하는 적이 누구인지를 철저하게 파악하지 않고서는 그 적을 물리칠 방안도 찾을 수 없음을 잘 아십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이 무기력하고 짜증이 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만든 세력이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산다는 것을 축구 경기에 비유해 봅시다. 상대팀이 공격과 수비에서 원활하게 움직이며 힘을 발휘하는데, 우리 편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기는 일방적으로 상대팀이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그 상대팀의 선수 명단에 미움이라는 선수, 원망이라는 선수, 분노와 게으름이라는 선수, 불평과 불만이라는 선수, 이기심과 탐욕이라는 선수가 있는데, 그들이 서로 발을 맞추며 거침없이 공격해 오는데도 우리 팀에서 그 선수들을 무력화시키는 수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경기의 결과는 뻔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힘들고 괴롭고 어려운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렇게 상대팀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선수는 없고 상대팀에게 도움을 주는 선수들만 우리 팀에 있다면, 우리는 싸웠다 하면 지는 형편없는 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귀를 감독으로 하는 상대팀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꿈도 꿀 수 없었던 월드컵 본선 4강 진입이라는 위업을 달성하여 국민들에게 엄청난 감격과 환희를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그 일등공신은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만큼 경기장에서 뛰는 것은 선수이지만, 그 선수를 훈련시켜 유능하게 양성하며 전술을 운영하는 것은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마귀라는 감독도 보통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그가 데리고 있는 선수들, 예컨대, 미움, 분노, 다툼, 탐욕, 시기, 질투가 우리의 삶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훌륭한 감독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로 이 감독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우리가 이 감독을 모독하고서는 결코 죄악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하십니다.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한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라고 하신 말씀이 바로 이것을 가리킵니다.

성령께서는 사랑, 용서, 관용, 환대, 평화. 기쁨, 인내, 온유, 절제, 친절과 같은 선수들을 키우십니다. 이런 선수들의 활약 없이 우리가 삶의 안정과 행복을 기대하고 체험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령을 감독으로 모셔서 어둠의 세력을 꼼짝없이 묶을 수 있는 지혜와 능력과 용기가 있는 선수를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매일의 과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노영찬 요한 세례자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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