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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엄마의 품)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3 조회수1,351 추천수1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엄마의 품"

 수녀원 새벽 미사 다녀오던

승용차 안에서 언뜻 들은

박철 시인의 ‘엄마의 품’ 이야기가

하루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시화집을 펼쳐봤습니다.

거기에는 ‘일상이 시이고

시가 곧 일상인’ 시인의 어린 시절,

따뜻하고 감동적인 엄마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삼복더위 중에 논에서 일하는

엄마 걱정에 아이는 주전자에

시원한 우물물을 퍼 담아

들길을 내달립니다.

 그런데 아뿔싸 예기치

 않았던 일이 발생합니다.

갑자기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장맛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엄마를 향해 달려가야 하나?’

아이는 잠시 망설였지만,

거칠게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유일하게 생각나는 사람은

엄마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짙은 먹구름과

장대비가 너무나 무서웠던

아이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아, 엄마...”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한동안

소리를 지를 때였습니다.

엄마가 작은 실개천 다리 밑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엄마...” 나는 주전자

뚜껑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엄마를 향해 달렸습니다.

다리 밑으로 내려간 나를

끌어안은 엄마는 대뜸 내 등짝부터

내리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철이야? 아이고, 이놈아.

이 빗속에 집으로 내달려야지

이리로 오면 어떻게 해. 이놈아!”

그리고 엄마가 입고 있던

옷자락을 들어 젖은

내 얼굴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엄마는 내 볼을 비비고

 바라보다 나를 꼭 안았습니다.

추위에 떨던 나는 엄마 품에

안기자 비가 그치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따뜻해졌습니다.

 가끔씩 과연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교리를 통해서, 강론을 통해서

숱하게 들어왔기에 우리는 이미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분,

 나를 당신 눈동자처럼

귀히 여기시는 분,

우리를 향한 극진한

사랑과 자비 그 자체이신 분,

우리가 아무리 배신과

타락의 길을 걷는다 해도

돌아서면 언제나 환한 얼굴로

환대하시는 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하느님 그분의 실체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아직도 그분은 우리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분이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이십니다.

 세상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품은 무척이나

하느님을 닮아있습니다.

 그분 머릿속은 오로지

우리 자녀들 생각뿐입니다.

자나 깨나

어머니의 걱정은 한결같습니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오늘 하루 잘 지냈는지?

삼시 새끼 잘 챙기는지?

 눈앞에 보여도 걱정,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걱정,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

그것이 세상 어머니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지녀야할

참으로 중요한

비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어떤 분으로 인식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불행하게도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여차하면

심판과 단죄의 칼날을 휘두르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땅이 내려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베엘제불,

다시 말해서 마귀 두목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요.

다른 존재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해 이 땅에

오신 메시아께 백번 천 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는커녕 그분을

사탄의 두목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어떻습니까?

시라도 그분은 우리에게

 멀고먼 그대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그분께서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방인 같은 존재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사랑과 자비의

망토를 온 몸에 칭칭 감고

이 땅에 오신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루 온 종일 그저 우리의 안위가

걱정인 우리들의 어머니보다

 더 끔찍이 우리를 생각하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세찬 세상의 비바람이 닥쳐올 때

지체 없이 이런 사랑덩어리이신

예수님께 달려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힘들면 힘들수록 그분의

아늑하고 따뜻한 품을 찾아

나서면 좋겠습니다.

그분과 함께 그분 안에 온전히

머무름을 통해 지상에서부터

천국을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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