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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외면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4 조회수1,158 추천수9 반대(0) 신고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외면

 

- 윤경재 요셉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마르 3,32~35)

 

 

 

 

어느 혼배미사에서 주례 사제가 신혼부부에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두 분은 혼인서약을 여러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본인의 입으로 하고 대답하며 맹세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신혼날 밤에 두 분만 있을 때 자기야, 내가 전체는 못해도 한 85%쯤 성실하게 할 게하고 말한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갈라서고 말 겁니다. 아직 호적에 빨간 줄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말입니다. 85%라는 말에는 15%는 성실하지 못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단 15%라도 성실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선뜻 남편이나 아내로 받아들일 사람은 이 세상에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 가꿔나가고 자라나는 귀한 선물입니다. 사랑은 전체와 전체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85%15%의 결합이 아니라 100%100%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회개하고 세례 받아 교회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옛날에 사귀던 여인과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습니다. 그때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녀를 모른 척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잠시 멍하고 서있던 그녀가 화가 났는지 종종걸음으로 그를 따라왔습니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그녀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왜 나를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는 거예요?” 그 여인이 막무가내로 따라오자 아우구스티누스는 뒤를 돌아보고 말했습니다. “너는 너이지만, 나는 내가 아닙니다. 당신은 예전의 당신 그대로이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오. 난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소.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아는 그가 아닙니다.”

 

남녀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두 번째 탄생입니다. 우리가 세례 받을 때 사제께서 마귀와 죄를 끊어 버릴지 묻습니다. 그때 모두 세 번 끊어 버립니다.’하고 대답합니다. 또 신앙고백을 묻습니다. 그러면 역시 세 번 믿습니다.’하고 응답합니다. 결혼식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 이전에 알았던 인연 중에서 방해가 될 만한 것에서 떠나는 결단을 내리고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로 재탄생하는 것이 결혼입니다. 심지어 창세기 2장24절에서는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라고 하여 부모마저도 떠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탄생에는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아픔을 겪습니다. 육으로 탄생하는 아이가 겪는 아픔은 좁은 산도를 통과하는 것과 그동안 의지하던 탯줄을 끊어야 하는 단절의 아픔입니다. 그러나 막상 그 첫 번째 아픔을 통과하여 탄생하면 세상이 주는 경이로움을 만끽할 것입니다.

 

영으로 태어나는 두 번째 탄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 탄생의 아픔을 견뎌내면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묵시7,14)라는 찬사를 들을 것입니다.

 

첫 탄생에서 맺은 누구의 자손, 누구의 형제라는 신분증만으로는 하느님 나라의 관문에 통과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는 출입국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특별한 여권이 있어야 통과한다고 합니다. 사랑과 믿음의 비자가 찍혀야 통과한다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도 첫 탄생에서 받은 신분증을 써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못난이라고 부릅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이 그 신분증에 매달려 결국 자신을 망치고 이웃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금수저 신분증이 흙수저 신분증보다 현세에서는 더 위세를 부릴지 모르겠으나 하느님 나라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첫 번째 신분증과는 상관없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여 예수님께 형제자매라고 불린 사람이라야 제대로 대접 받을 것입니다.

 

오늘 결혼하신 두 분도 여보, 당신이라는 육적 호칭보다는 예수께서 주시는 형제, 자매라는 영적 이름을 얻을 수 있도록 살아가시기를 축복합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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