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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5 조회수1,690 추천수6 반대(0)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을 이야기합니다. 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서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겨울을 견디어낸 나무가 더욱 단단해지듯이,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새로운 길과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합니다.’ 성숙한 사람은 시련과 고통을 디딤돌로 여기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시련과 고통을 걸림돌로 여기기 마련입니다. 원망과 분노, 핑계와 좌절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제게도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저의 부주의와 게으름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질병 때문에, 잘못된 습관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86년이니까 31년 전에 저는 군에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군인 성당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환경이었지만 저는 게을렀고, 꼼꼼하지 못했습니다. 성당 근무 3달 만에 자대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돌아보면 당시에 군종신부님께서 엄하게 저를 책벌하셨기 때문에 군 생활을 무사히 마쳤던 것 같습니다.

91년이니까 26년 전에 저는 사제서품을 받은 새 사제였습니다. 서품을 받고 보름도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첫 본당에서 첫 주일을 지냈는데 열이 심했습니다. 병원으로 갔고, 중환자실에서 보름을 있었습니다. 병명은 유행성 출혈열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셨고, 특히 어머니의 헌신적인 간호와 의사 선생님의 치료 덕분에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사제생활은 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크게 욕심을 부릴 것도 없고, 원망할 것도 없습니다. 덤으로 주어지는 삶인데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95년이니까 22년 전입니다. 주교님께서는 제게 해외에서 사목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주교님의 말씀을 듣고, 학원을 다니거나 영어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저는 송별회를 한다는 이유로 자주 술을 마셨습니다. 주교님께서 어찌 아셨는지 저를 부르셨고, 해외 사목은 취소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참 감사할 일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제가 해외에서 사목을 했다면 아마도 술 때문에 건강을 많이 상했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는 술을 마실 때 자제하게 되었고,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었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교님의 견책이 제게는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역시 감사드릴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 저보다 더 큰 시련과 아픔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시련과 아픔을 디딤돌로 여기신 분들은 삶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면서 지내실 것입니다. 시련과 아픔을 걸림돌로 여기신 분들은 아직도 삶의 후반전을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우실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마음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비록 교회를 박해하였지만,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인생의 후반부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충실한 사도가 되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도 후반전이 중요합니다. 비록 전반전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후반전에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삶과 영성을 묵상하면서 우리들 또한 십자가와 수난의 영성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겠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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