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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길 (관광) / 수필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5 조회수1,075 추천수1 반대(1) 신고

부산길 (관광)

                                                                                                                                      강헌모

 

   몇 년만에 부산길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설레임 반, 불안한 감 반이 섞인 나들이다. 앞을 다퉈 일찌감치 예약을 해 둔 나는 가고 싶은 항구 부산이라는 도시가 그립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했고, 출발하는 날이 다가옴에 따라 불안하기도 했다. 사순시기여서 조금 마음이 무거웠다. 교회는 이 시기에 다른 때보다는 더 신앙생활을 잘 하기를 권장하는 날들이기에 그러하다.

   고속도로 터널을 들어가면서 언뜻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잠시시신을 안치하는 영구차안의 붉은 조명등이다. 터널안도 불빛으로 이어졌다. 대학교의 건물을 바라볼때면 왠지 모르게 그 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샘이 나서일까?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들렀다. 세계정상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곳이다.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놓여진 자리에 각국의 이름이 걸려져 있다. 작은 공간에 소박하고 아담한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고, 한적하고 조용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곳을 나서면 잔뜩 싱싱함과 푸르름으로 가득찬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정말 멋진 장관이다. 정말 회의와 잘 어울리는 적당한 곳일 것 같다. 회의를 마치고 바다를 바라보며 머리를 맑게 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동백꽃은 아직 활짝펴지 않았지만 살짝 오른 빨간 꽃이 사람을 설레이게 만들어 사진을 담아가게끔 하는 듯 싶었다. 또한 아름다운 나무를 감상하고 매우 높이 만들어진 아파트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본다. 높은 아파트가 보기 드물게 특이하게 제작되었고, 창들은 무수히 많아 바둑판 모양처럼 다닥다닥하다.

   큰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천주교 무연고 공동묘지 아래쪽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했다. 그 곳의 위치는 높은 편이지만 큰 산이 아닌 동산같은 곳에 놓여져 있고,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위치해 있었으며 그 아래의 비탈진 언덕에도 많은 무덤으로 둘러 쌓여져 있었다. 또 그 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으니 보기에 좋았다.

   이기대 해안 공원 산책로는 절경이 아름다워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산책하며 아름다운 바다를 보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찌들었던 스트레스도 날아가 버리는 듯 했다. 이렇게 놓여진 해안의 산책로가 소중한 곳이라는 생각에 다소 힘은 들었지만,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게 됐다. 이게 가지 않았던 곳을 찾은 기쁨이 아닐는지. 또 새로움의 발견이 아닐는지. 그다지 위험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바닷가 옆에 길을 만들어 놓았으니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 등산을 잘 하지 않은 나로서는 트래킹을 하면서 힘이 드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하지만 후회않고 멋진 곳에 왔다는 생각과 함께 좋은 전망을 했다.

   누군가에 의해 트래킹길의 나무에 일일이 나사를 꼼꼼하게 박아 튼튼하게 해놨다. 산책하기에 편리하게 나무계단으로 잘 조성해 놓았다. 길게 이어지는 해안길의 인파와 풍광이 아름답다. 계단을 올라서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니 힘들기도 했고, 편하기도 했다. 산책 하면서 찬 바람이 머리와 볼을 때렸지만, 호흡을 맑게 해 준 덕택으로 한 10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다. 바다는 내게는 아무리 보아도 좋다. 바닷물을 가르며 지나는 유람선은 내 마음을 좋게끔 한다. 그것이 바다에 떠다니면 한 번 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전에 태종대에 갔을 때 유람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오늘 오륙도를 향해 가는 유람선을 보니 또 타 보고 섬을 한 바퀴 돌고 싶은 마음이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

   이기대길 전망대에서 오륙도까지 가는데, 목적지인 그 곳이 눈에 펼쳐지니 기분이 새롭고 마음이 편했다. 또 봄이 내 앞에 서 있는 듯했다. 나물캐는 사람이 보이고, 살짝핀 개나리가 보이며 파릇한 싹이 기승을 부리니 마음은 틀림없이 넘쳐나는 봄이다.

   부산의 섬, 오륙도를 말로만 듣다 직접 가까이 하니 더 신선한 것 같은데, 사람들은 북적였다. 오륙도는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라는 노랬말도 있어서 더 사람들에게 친근감이 들지 않았나 싶다.

   그 섬은 바위섬으로 육지인 승두말(잘록개)로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순으로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다.

   부산은 높은 언덕과 해안가에 집들과 아파트가 놓여져 있으니, 다른 도시에 비해 색다른 감이 들어 바다와 산과 언덕이 잘 어울어진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용궁사’ 라는 사찰이 있다. 그 곳 앞에는 바닷가가 펼쳐있다.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찰은 산에 있지 않은가? 저번에는 ‘고란사’라는 곳을 가 보았다. 그 말을 많이 들어본 나는 그 곳이 물 떠 마시는 곳인지 알았는데, 강가에 있는 사찰이었다.

   불어오는 꽃샘 바람과 함께 머리를 식히며 새로운 경험을 했으니 조금 더 성장한 것 같고, 마음도 맑아진 것 같아서 알차고 즐거운 하루가 되지 않았나 싶다.

 

 

                                                                           2014. 3. 9.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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