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6 조회수2,031 추천수9 반대(0)

예전에 있던 본당에서 교우 분들이 오셨습니다. 설날이 가까워졌고, 가끔씩 시간이 되시면 오시는 분들입니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아쉬운 그런 만남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 차량봉사단을 만들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성당으로 모셔오는 일을 하였습니다. 아직도 차량봉사단에서 일을 하신다는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차량봉사단을 만든 것은 예전에 적성본당에 있을 때의 기억 때문입니다. 그곳은 대중교통이 자주 있지 않았고, 본당의 구역이 상당히 넓어서 성당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승합차 4대로 차량봉사단을 만들었고, 많은 분들이 성당으로 오실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군인들도 이용하기도 했고, 교우 분들은 성당의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이, 감자, 호박, 과 같은 것들을 성당으로 가져오시기도 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와 예수님께서는 사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열정이 있어야 하고, 성령께 의지해야 하고, 본인의 욕심을 채우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직 교우들을 위해서 헌신하라고 하십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하느님께서 채워 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오늘은 예전에 묵상했던 사목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 사목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저는 점심을 먹고 나서, 산보를 가는 것이 유일한 운동입니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산보를 가려고 사제관을 나서는데 비가 올듯 말듯 하늘이 잔뜩 흐렸습니다.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서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진성이가 성당으로 왔습니다. 진성이는 성당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어린이인데 달리기를 아주 잘합니다. "진성아! 산보갈래!"하니까 진성이는 가방을 교육관에 벗어놓고 곧 저를 따라나섭니다. 우리는 큰 찻길을 건너, 비가 온 뒤에 물이 많아진 개울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을 지나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장날이 아니라서 시장은 한산했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는 진성이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다시 큰길을 건너 진성이가 다니는 학교엘 갔습니다. 진성이가 우산을 교실에 놓고 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랜만에 초등학교 교실엘 갔습니다. 우리는 다시 개울을 건너 동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놀다가, 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평소보다 길게 산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제관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진성이가 말하더군요. "신부님 근데 산보는 어디에 있어요?" 저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으잉! 다시 산보를 가자는 말인가! 진성이는 "산보"라는 장소가 어디에 있는 줄 알았나 봅니다.

 

문득, 하느님 앞에 저 자신을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다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다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느님은 어디계시냐고, 하느님의 뜻은 무엇이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는지. 사목이라는 것도, 어쩌면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미 사제가 되었으면 어떤 사목자가 하느님 마음에 드는지, 교우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사목자인지 다 배웠고,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꼭 많은 이야길 해야만 아는 것이 아님을, 꼭 무엇인가를 가르쳐야만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님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 하루였습니다. 사목은 관념이 아니고 실천입니다.

 

2) 사목은 포기하지 않는 것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교우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제관으로 들어가려는데 건회와 진성이가 성당 문으로 뛰어오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왜 뛰어올까 생각하면서 물어 보았습니다. 두 친구는 집에서 성당까지 뛰어왔답니다. 두 아이의 집은 장현리이고, 장현리는 차로도 15분은 가야되는 거리입니다. 아이들은 성당 버스를 놓쳤고, 그래서 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3시간 30분을 뛰어서 성당에 도착한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찡해집니다.

 

뛰다 넘어지고, 그리고 또 뛰고 그렇게 성당엘 온 아이들을 생각하니, 조금만 불편해도 짜증을 내는 저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 졌습니다. 건회는 현지라는 동생이 있고, 진성이는 민정이라는 누나가 있습니다. 현지와 민정이는 뛸 수가 없어서 장현리에 있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이 집에서 성당 생각을 하리라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건회와 진성이와 성당차로 장현리 건회의 집으로 갔습니다. 두 아이들이 저를 보고 너무 반가워합니다. 우리는 함께 성당으로 왔고, 아이들은 230분 군종미사 참례를 하였습니다. 주님의 수난 성지 주일에, 두 아이가 그렇게 저에게 감동을 줍니다. 주님의 수난 성지 주일에, 두 아이가 성지 주일의 참 의미를 알려줍니다. 어느덧 주님께 모욕을 주고, 어느덧 주님을 모른 체하고, 어느덧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사목이란 한 번에 무엇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사목이란 논에 모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 모를 심었다고 농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듯이, 사목은 계속적인 관심과 노력 그리고 반성을 통해서 결실을 맺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3) 사목은 습관이다.

사람은 이성과, 감성, 그리고 오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사람의 이성은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힘이 되었고, 사람의 감성은 미술과 음악 그리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가능하게 하였고 인류의 문명을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람의 오성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직관을 가능하게 하였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도록 이끌었으며 영원한 삶을 갈망하게 하였고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는 종교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학습을 통하여 인류가 쌓아온 이성과 감성과 오성을 배우며, 바르게 설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성과 감성과 오성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의 자질과 타고난 능력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나게 됩니다.

 

저는 오늘 사람의 삶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는, 때로는 사람의 삶을 결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또 다른 것에 대해서 이야길 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지니게 되는 습관입니다. 습관은 타고난 자질과 능력을 크게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습관은 사람의 삶을 성공에로 이끌기도 하고 실패로 이끌기도 합니다. 또한 습관의 경우에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도 않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서 고도의 지적인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습관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은 좋은 습관이고 어떤 것은 꼭 고쳐야하는 습관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3살 버릇이 80"까지 간다고 했던가요, 그런 습관을 고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그래서 서양 사람은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고 이야길 하나 봅니다. 요즘은 지적인 능력과 재능보다는 평소에 자신이 꾸준히 해왔던 습관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게 됩니다. 통신과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이렇게 작은 습관을 꾸준히 키워온 사람들의 모임이 많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기도 합니다. 그들은 프로는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에 기쁨을 느끼고, 그 좋아서 하는 일 때문에 인생의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제가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신학적인 지식과 영적인 능력과 사목자로서의 재능이 필요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제를 사제답게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것은, 그래서 사제로서 존경을 받고, 사제로서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어쩌면 작지만 좋은 습관들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사학위를 받으셨던 분도, 인간적인 재능이 뛰어나셨던 분도 때로 좌절과 절망을 하는 모습을 봅니다. 사제가 사제로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 중에서, 고쳐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 중에서 계속 지켜나가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사제로서 가져야할 바람직한 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