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의 빚을 갚으러 가는 길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26 조회수1,596 추천수8 반대(0) 신고


 

사랑의 빚을 갚으러 가는 길

 

- 윤경재 요셉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루카10,1~4)

 

 

 

선교여행길은 외로운 길입니다. 무엇보다 여행의 각박함과 굶주림과 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사람이라면 그런 고난을 회피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미리 대비한다고 해서 없어질 일도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 미련을 버려야합니다. 오로지 그들을 맞아들이는 사람의 아량에 의존해야 합니다.

 

세계 오지여행을 다녔던 한비야 씨는 한 인터뷰에서 여자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서 더 유리한 점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오지에서 주민들이 안심하고 자신을 집에 받아 주었으며, 그 집 주방에 스스럼없이 들어가 같이 일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여자라서 경계심보다 측은한 마음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니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귀중한 오지여행에서 받은 사랑의 빚에 감사하며, 이후에 월드 비전이라는 구호단체에 들어가 가난과 기아와 질병과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를 위해 일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주님께 기도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을 다니는 그녀의 길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로마서 138절에 사랑도 빚이니 사랑 외에는 빚을 지지 말라. 사랑의 빚을 갚는 것이 율법의 완성이다.” 라는 말씀을 그녀는 실천했습니다.

 

선교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받은 사랑의 빚을 갚으러 가는 길입니다. 나아가 그들이 사랑을 베풀 기회를 주러 가는 길입니다. 그들이 베푸는 사랑이 보잘것없이 작더라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여야합니다. 그러기에 처음 들어간 집에서 계속 머물러야 합니다. 그 집에 평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그네에게 기꺼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라면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인 평화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라슈르 공동체를 세워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장 바니에 신부는 봉사의 스캔들이라는 책에서 봉사자는 베푸는 마음조차 잊을 것을 강조합니다. 겉옷을 벗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의 행동을 예를 듭니다. 겉옷은 신분과 명예의 상징입니다. 예수께서 모범으로 보여주신 행동은 자신이 도움을 베푼다는 알량한 자존심마저 다 버리라는 요구였습니다. 마음속에 찌꺼기를 하나도 남김없이 버리라는 요구입니다. 자신을 알리고 명예를 자랑하려는 은밀한 욕구로 가득한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입니다.

 

장 바니에 신부는 봉사라는 것이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연약한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치부를 들어내고 고백하여, 자신이 지닌 은밀한 상처를 치유 받는 기회가 된다고 말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가시려는 길에 앞서, 미리 길을 마련하고 곧게 내어야 했습니다. 그 일을 위해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세례자 요한을 보내신 것처럼 일흔두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수확할 일꾼들을 앞서 보낸 것입니다.

 

그 길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리 떼 가운데 선 힘없는 양처럼 목숨을 잃더라도 대들거나 정당방위 행동마저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정당방위라도 폭력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주님께서 가시는 길을 작은 방심으로 인해 폭력으로 오염시킬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믿을 것은 뜻을 같이 하는 선교여행의 동반자뿐입니다. 여행에서 오는 현실적 위험과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님께서는 둘씩 짝을 지워 보내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주님께로 향하는 순례길과 복음 선포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 길은 우리가 맡아야할 길입니다. 이 길에 비폭력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만 필요합니다. 그 외의 것은 모두 벗어 던져야 합니다. 가식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뜻을 같이하는 동반자와 동료들의 기도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