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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단 한 자루의 초에도 정성을 가득 담아서 / 주님 봉헌 축일(봉헌 생활의 날)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2 조회수1,481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긴 기다림의 삶이리라. 내가 믿고 기다린 분을 삶 속에서 정녕 만남을 기다리는 것일 게다. 우리가 백 년을 살든, 단 몇 년을 살든, 중요한 것은 주님을 깊이 깨닫고 구원을 얻는 것이다. 이것을 빼면 우리 인생에 무엇이 남을지? 지금 죽어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삶은 오직 그분을 깊이 만난 때이리라.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치를 때에, 성모님은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성령이 가득 찬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시메온이라는 이가 있었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 일러 주셨다. 그는 아기 예수님을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29-32)”

 

유다인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시는 요셉과 마리아를 생각해 보자. 성령의 계시로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였지만, 요셉의 마음은 먹먹했을 게다. 마리아도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며 얻은 아기 예수님이 정말로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가 될지 확신을 못했을 수도. 그래도 첫 아기를 봉헌하는 두 분이 만난 늙은 예언자 시메온의 고백은 자못 진지하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이산가족 한 분이 꿈에 그리던 가족을 상봉하고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삶에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꼭 하고픈 일을 마침내 이루었을 때 흔히 하는 말이리라. 자신의 삶에서 꿈꾼 바를 다 이루었다는 뜻일 게다. 시메온이 바로 이 경우일 게다. 그는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이 암흑의 길로 살고 있지만, 정의로운 하느님께서 죽기 전에 구원의 빛을 보여 주실 것이라 확신했다. 그의 눈은 이렇게 어둠에서 빛을, 절망에서 희망을 본 거다.

 

삶이 너무 괴로우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고 말하고, 너무 억울하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이라 말하곤 한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깨닫는다나. 평생 그 무엇을 찾으며 살아왔는지를 말이다. 늙은 예언자 한나도 그랬다. 평생 과부로 살아온 그녀에게 남은 생의 목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짓밟힌 예루살렘의 영화를 되찾는 날, 과부로 살아 온 한 많은 그 삶에서도 하느님만을 섬기며 믿은 영광의 날만 기다렸을 게다.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아픔을 겪을 성모님께서도 당신 고통을 세상을 위한 보속으로 봉헌하셨다. 오늘 수도자들의 봉헌된 삶은 바로 종말론적 희망, 지금 여기서미리 맛보는 하느님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수도자들이 그런 봉헌의 삶을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만 할 게다.

 

세례성사를 받은 우리 역시 그분께서 주시는 것으로 여겨 기꺼이 봉헌의 삶을 살자. 기쁘고 즐거우면 봉헌이 쉽지만 고통스러운 일에는 힘 든다. 억울한 사건을 주님께서 주셨다.’라고 여기기에는 신앙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도해야만 봉헌의 삶을 깨달을 게다. 교회는 성탄 다음 40일째 되는 날, 22일을 예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감하는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봉헌에는 감사가 담겨야 할 게다. 좋은 일도 아픈 상처를 안겼던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님 힘이 함께한다. 성모님도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쳤다. 단 한 자루의 초도 정성으로 저 어둠 밝히길 빌면서 봉헌하자. 그 초가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 언젠가 나에게 다시 올지도 모르기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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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시멘온,한나,주님 봉헌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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