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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프란시스코의 고백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2 조회수1,537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 프란시스코의 고백

 

- 윤경재 요셉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루카2,22)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에게 마사오 형제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용모가 뛰어나지도 않고 높은 학식도 없으며 귀족 혈통도 아니고, 심지어 사제도 아닌데 모든 사람이 당신을 따르며 뵙기를 바라며 당신에게 듣기를 바라며, 당신에게 순종하기를 원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입니까? 어째서 세상 사람들이 당신에게 순종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가장 높이 계시는 분께서 그 일을 하시고자 하셨기 때문이지요. 그분께서 모든 사람을 가장 거룩한 눈으로 살펴보고 계시는데, 죄인 중에서도 이보다 더 큰 죄인일 수 없는 사람, 이보다 더 자격 없고 이보다 더 보잘것없는 작은 사람을 찾으실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그분께서 놀라운 일을 성취하시려고 나를 택하였다오.”

 

그분께서는 나보다 더 천한 인간을 찾으실 수 없었기에 나를 택하셨고 또한 이 세상이 자랑하는 고귀한 신분과 위엄, 강함, 멋진 용모 그리고 학식을 깨뜨리기 원하셔서 그렇게도 미천한 나를 택하셨던 거지요.”

 

나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는 가장 완벽하고 온전하신 분이셨지요. 그럼에도 가장 비천한 신분으로 가난하게 맨몸으로 이 세상에 오셨지요. 예수님께 비하면 나는 가진 게 너무 많았어요. 지금도 덜어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예수께서는 벌거숭이 어린아이로 오셨지만,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분이 되셨던 것은 아버지와 이 세상 모든 것에서 배움을 청하셨기 때문이지요. 말구유에서 가장 연약하게 태어나셨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하신 분이 되신 것은 자신을 이기시고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겼기 때문이지요. 가장 가난하게 태어나셨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부유하셨던 것은 당신의 길을 완벽하게 긍정하시고 자유 자재하셨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나는 부자 부모 슬하에서 박수 받으며 태어났지만, 아직도 이 세상 누구보다 현명하지 못하고, 강하지 못하고, 부유하지 못하답니다.”

 

이 말씀을 들은 마사오 형제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양 무릎에 파묻고 뜨거운 눈물만 흘렸습니다.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2,34~35)

 

만인에게 존경을 받으시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는 평소에 유머 감각이 매우 풍부하셨습니다. 한번은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시는 장면을 목격한 사제 한 분이 호기심에 몇 나라 말을 하시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두 나라 말을 잘 하신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추기경님 말씀을 듣던 주위 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추기경께서는 한국 분이시니 한국말은 물론 잘 하실 것이고, 왜정 때 태어나 일본서 대학 공부하셨으니 일본말도 능통하실 것이며, 독일서 수학하셨으니 독일어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일 것이며, 영어와 라틴어도 상당 수준이라는 것쯤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작 두 나라 말을 잘하신다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궁금해 하면서 우리말과 일본말이요? 우리말과 영어요? 영어와 독일어입니까? 라고 추기경께 질문을 하였지만, 빙그레 웃으시며 계속 아니라고 고개만 저으셨습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잠시 뒤 추기경께서는 나는 참말과 거짓말을 능숙하게 잘 하지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모두는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심지어 그때 가슴이 뜨끔해졌다고 어느 묵상글에서 고백하는 사제분도 있었습니다.

 

성령으로 감싸인 시메온은 입에 발린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성공에 관한 안내서에는 무엇보다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을 하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자기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크다고 합니다. 결국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처신하라는 얄팍한 처세술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깨어 있는 사람은 진실을 말해 줍니다. 그 진실이 가끔 상대방이 듣기 곤란한 내용일지라도 서슴지 않고 말해줍니다. 그들은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눈길로 또는 온몸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 그 뜻을 전해 줍니다.

 

그래서 깨어 있는 사람의 목소리와 말 내용은 언제나 듣는 사람을 움직여 올바른 길로 인도합니다. 그들은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이 잘 되는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더욱 말에 힘이 실립니다. 김수환 추기경처럼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게 다가갑니다. 그러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시메온이 진실을 보는 눈을 지닌 데는 어떤 인간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았기에 가능했습니다. 관계를 좋게 맺으려 어떤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는 성령의 눈으로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아드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성모님과 성 요셉은 시메온의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시메온의 예언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때는 깨닫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에 준비는 단단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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